사회 사회일반

다른 사건 압수물로 새 사건 수사... 대법 "위법한 증거 수집… 효력 없어"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0 18:19

수정 2023.06.20 18:19

새로운 범죄 혐의 수사를 위해 별건의 사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정보로 증거를 수집했다면 이는 위법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구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는 B씨가 방위산업체 컨설턴트 등의 업무를 하면서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2014년 6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B씨의 컴퓨터, 노트북, 휴대전화 등 정보저장 매체를 확보했다. 이 정보저장 매체에는 그의 범죄사실과 관련된 문서자료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그런데 기무사 수사관은 2016년 7월 B씨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한 군 내무 실무자 존재를 인지하고, 검찰이 보관 중이던 B씨 관련 기록과 압수물을 대출받았다.
이 정보를 토대로 A씨가 방산업체 관계자 부탁을 받고 군사기밀과 군사상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를 파악한 뒤 이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로 확보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수십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다른 사건의 압수물에서 추출한 정보를 통해 수집한 증거가 위법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은 수집된 압수물이 모두 위법수집증거물에 해당해 유죄증거로써 효력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수사 기관은 혐의 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뒤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해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범죄 혐의를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이같은 무관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되지 않은 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앞서 확보한 정보 중 혐의와 무관한 정보는 첫번째 영장으로 적법하게 압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참여권 보장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를 탐색하거나 출력한 행위는 위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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