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펫 라이프

"학대·착취 없었다" 가오갤3 촬영 비하인드..국내는?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7 05:00

수정 2023.06.27 05:00

코스모 역할을 맡은 반려견 배우 슬레이트와 가오갤3 제작자 제임스 건의 모습. 제임스 건 인스타그램
코스모 역할을 맡은 반려견 배우 슬레이트와 가오갤3 제작자 제임스 건의 모습. 제임스 건 인스타그램

[파이낸셜뉴스] 지난 5월 초 개봉해 국내 4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가오갤3)'는 영화 스토리는 물론 제작 비하인드가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실험동물의 잔혹한 현실과 동물 생명을 심도 있게 다룬 이 영화는 국제동물단체 PETA에서 특별상을 수여받았다. 당시 PETA는 "모든 동물은 실험실에 갇히는 것보다 탁 트인 하늘 아래에서 자유로운 삶을 누릴 자격이 있음을 상기시켰다"라고 수여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찬사를 받은 것은 스토리뿐만이 아니다. 제작진들이 영화 제작 과정에서 동물을 다루는 방식도 크게 호평받았다.

가오갤3 제작진들은 영화 촬영 과정에서 동물의 불필요한 착취가 없도록 컴푸터그래픽(CG) 기술을 이용했다.
제작에는 미국 동물보호단체 아메리칸휴메인(American Humane)이 참여해 촬영 과정에서 영상 관계자들이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우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실행했다. 단체는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우하는 가이드라인을 모두 지켜 영화를 제작할 경우 영상물에 'No Animal Were Harmed(어떤 동물도 다치거나 피해를 입지 않았다)'라는 인증을 수여한다.

아메리칸휴메인은 지난 1940년에 할리우드 영화·방송 세트장에서 동물 사용을 모니터링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약 21m 높이 절벽에서 말을 고의로 떨어뜨린 고전 서부극 제시 제임스(Jesse James)의 동물 학대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1972년부터 영화 엔딩크레딧에 어떤 동물도 다치지 않았다는 문구 ‘NO Animals Were Harmed’를 삽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22년 공중파 사극 드라마 촬영에 동원됐던 퇴역 경주마(까미)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고, 정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태종 이방원’ 7화에 주인공 이성계(김영철 배우)가 낙마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제작진들이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잡아당겼다. 당시 영상에는 말의 몸체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리면서 목이 심하게 꺾인 채 바닥에 곤두박질 치는 모습이 담겼다. 놀란 말은 몸을 일으키려 다리를 몇번 굴렀지만 결국 일어나지 못했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해당 말은 사고 일주일 후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까미는 5년여간 경주마로 이용되다가 마사회에서 말 대여업체로 팔려온 뒤 약 6개월가량 업체 소속으로 지냈다. ‘태종 이방원’ 출연 역시 대여업체를 통해 주인공 말의 대역으로 투입됐다.

동물학대 논란이 확산하자 KBS 측은 “최근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고 정부는 급히 대응에 나섰다. 재발방지책을 수립하려는 목적에서 프로그램 제작진이 출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 전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기본 원칙 △촬영 시 준수사항 △동물 종류별 유의사항 등을 토대로 세부 내용이 담긴다. ‘기본 원칙’은 동물보호법상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살아있는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안이다. ‘촬영 시 준수사항’은 위험한 장면을 기획·촬영 시 CG 등 동물에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검토하고 안전조치를 강구하는 지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밖에도 출연동물의 보호·복지를 위한 제도 개선도 검토할 예정이라 전했다.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동물 학대’ 행위에 출연 동물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촬영, 체험 등을 위해 동물을 대여하는 경우 관계자 준수사항을 법령에 명시하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은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작을 촉구하고자 서명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그 어떤 영상물도 동물의 안전과 복지보다 중요할 수 없다"며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작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많은 참여 바란다"고 전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