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반도체업체 55.8% "올해 中 봉쇄이전 수준으로 수출 회복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6 15:09

수정 2023.06.26 15:09

2023년 6월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 제조업체 343개 설문조사 결과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화물차 들이 컨테이너를 싣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 호조에도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21억 달러(약 2조7783억원)를 기록하며 15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뉴시스.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화물차 들이 컨테이너를 싣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 호조에도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21억 달러(약 2조7783억원)를 기록하며 15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뉴시스.

자료=한국은행 지역보고서.
자료=한국은행 지역보고서.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반도체업체 약 56%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IT업종에서 중국기업의 경쟁력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는 부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중국 리오프닝과 공급망 리스크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지난 5월 11일부터 31일까지 전국 343개 제조업체(205개 업체 응답)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반도체 업체의 55.8%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중국의 봉쇄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반도체 업체 30.3%는 이미 봉쇄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답했고, 12.1%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와 정보기기 등 다른 IT업종 업체들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회복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디스플레이 업체 85.5%, 정보기기 99.3%는 내년 하반기 이후 코로나19 봉쇄조치 이전으로 수출이 회복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휴대폰 및 부품의 수출 회복 시기는 내년 상반기를 꼽는 비율이 83.1%로 압도적이었다.

비(非)IT업종의 수출 회복 시기는 석유화학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 업체 42.3%가 올해 하반기 이후 수출 회복을 점쳤다. 이차전지와 조선, 자동차 및 부품, 철강은 대다수 업체가 이미 수출이 회복됐다고 답했다. 이차전지 업체 94.8%, 조선업체 91.9% 등 "이미 회복했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한국은행은 "제조업체들이 향후 석유화학, 기계류, 휴대폰 및 부품, 디스플레이, 정보기기, 반도체 순으로 수출 회복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3월 중국의 코로나 봉쇄조치 이후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재화수출은 204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8% 감소해 상품수지가 92억7000만달러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봉쇄조치 이후 조사대상 업체 38.5%(업체수 비중), 대중 수출기업의 65.3%(수출금액 비중)가 전년동기대비 수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PC 등 정보기기 업체 99.8%, 디스플레이 96.3%, 휴대폰 및 부품 83.6%, 반도체 69.2% 중 IT업종의 수출 감소가 더 컸다.

IT업종의 수출 회복이 늦어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글로벌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공급망이 분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수출기업의 기술 경쟁력 향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블록화도 우려된다.

조사대상 업체의 12.7%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56.3%가 수출이 중국의 봉쇄조치 이전으로 회복했거나 금년 내 회복할 것이라고 답했고, 31.0%는 내년 이후 회복을 점쳤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리오프닝이 현재까지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며 하반기 이후부터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업체들은 중국 리오프닝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향후 수출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며 "대다수 업체들(응답업체의 76.0%)이 중국 수출기업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년간의 '중국 특수'가 사라진 상태"라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