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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바이낸스, '韓시장 고팍스'가 돌파구 될까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6 17:52

수정 2023.06.26 17:52

창펑자오 바이낸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뉴스1 제공
창펑자오 바이낸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에서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바이낸스가 한국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최근 인수한 고팍스 대표까지 바꾸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美·유럽에서 '사면초가' 바이낸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이달에만 미국, 영국, 유럽 등에서 5개 이상의 국가와 규제 관련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분쟁이다. 지난 5일 SEC는 바이낸스US와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를 불법 거래 플랫폼 운영 및 고객 자금 유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SEC는 기소장에서 법원에 바이낸스가 더 이상 미국 시장에서 영업하지 못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17일 바이낸스US의 자금이 동결되기도 했다.

네덜란드와 키프로스에서도 '가상자산 사업자(VASP)' 라이선스 발급 실패를 이유로 철수했고, 영국 자회사가 현지 금융감독청(FCA)에 기관 등록 취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최근 자금세탁 연루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서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 소방수'로 韓 진출 꾀했지만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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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통해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2월 고팍스의 운영사 스트리미를 인수했다. 곧이어 고팍스 대표로 바이낸스는 레온 싱 풍 아시아태평양 총괄을 앉히고 바이낸스 출신 2명도 등기이사로 등재했다.

고팍스는 대표 및 임원 변동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결과 통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 상 당국이 45일 내로 신고 수리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인수 당시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투자자들의 예치금 보호'를 명분으로 금융당국을 압박했다. 지난해 글로벌 코인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고팍스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예치된 고객들의 자금 566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위기에 빠진 고팍스에 소방수를 자처한 게 바로 바이낸스였다. 바이낸스는 앞서 고파이 예치 자산 출금을 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고팍스 인수를 내걸었다.

바이낸스는 올해 초 일부 자금을 투입했으나 잔금은 변경신고가 수리돼야 투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변경신고를 수리해야 고파이에 돈이 묶인 투자자들도 자금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대표까지 바꾸면서...韓에 러브콜
이중훈 고팍스 신임 대표. 뉴스1 제공
이중훈 고팍스 신임 대표. 뉴스1 제공

인수 초기의 금융당국은 해외 거래소의 국내 진출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며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바이낸스가 해외에서 다양한 마찰을 겪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고팍스의 변경 신고 직후에도 이미 미국 SEC가 바이낸스USD(BUSD)를 발행 중지시켰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바이낸스를 제소하는 등의 리스크가 있었다.

여기에 자금세탁 등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변경 신고의 심사를 맡은 FIU의 고민은 깊어졌다.

바이낸스 측도 가만히 기다리진 않았다. 고팍스는 이달 19일 한국인이자 내부 인사인 이중훈 부대표를 신임 대표 이사로 선임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인을 대표 자리에 중용함으로써 금융당국에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종훈 신임대표에 대해 고팍스 측은 "당국 눈높이에 맞춰 소통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금융업계에서 재직 시 규제 영역에서의 업무 경험이 많고, 작년 고팍스에 합류해 바이낸스와의 계약도 주도하면서 양측에서 신뢰를 많이 얻고 있는 인물"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뿐만 아니다. 리처드 탱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국회 세미나에 직접 참여해 "거래소는 규제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라며 "책임감 있는 플랫폼이 적절한 솔루션으로 국가와 정책 입안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낸스, 韓 코인시장 판 흔들까
금융정보분석원(FIU) 로고
금융정보분석원(FIU) 로고

바이낸스는 고팍스 인수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낸스가 다른 국가의 거래소를 인수할 때 쓴 돈보다 5~10배 많은 수준이다.

그만큼 바이낸스는 한국시장에 대한 진출 열망이 상당하다. 고팍스는 국내 5대 원화마켓거래소 중 점유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 받지만, 세계 1위 규모인 바이낸스에 편입될 경우 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바이낸스가 미국에서 처한 규제 리스크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국내 금융당국이 거래소에 엄혹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것도 사업자로서 군침을 흘릴만한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의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은 거래소가 내부적으로 판단한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해 '검토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익에 대한 기대만 존재해도 투자계약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의 경우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있어야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한다.
미국보다 투자계약증권의 범위가 좁은 만큼, 한국에선 더 많은 알트코인이 법적 리스크 없이 상장 및 거래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팍스의 대표이사 재변경에 대해, FIU 관계자는 "변경 신고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들어오면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심사 과정에서 대주주 이슈 등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여전히 고팍스의 대주주인 바이낸스의 리스크가 고팍스에 대한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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