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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옛 신문광고] 화신백화점의 부활과 퇴장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6 18:36

수정 2023.07.06 18:36

[기업과 옛 신문광고] 화신백화점의 부활과 퇴장
화신백화점은 일제강점기 5대 백화점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인이 세운 것이다. 1932년 서울 종로에 화신백화점을 개업한 사업가 박흥식(1903~1994)은 총독부 산하 8개 단체의 직함을 맡은 친일 인사였다. 반민특위 제1호 체포자로 법정에 섰다가 무죄로 풀려난 그는 안창호 선생을 돕고 협성실업학교(현 광신방송예술고·서울 관악구 신림동) 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학교 운영에 몸담은 인물이기도 하다.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 배우 장미희, 농구선수 문경은 등이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현재 평양에 있는 북한 최대 백화점 평양제1백화점은 원래 화신백화점 평양점으로 박흥식의 소유였다. 6·25전쟁으로 화신 본점은 파괴되고 불에 탔다.
그런데 화신은 박흥식 단독소유가 아니라 한학수라는 사람도 지분을 갖고 있었다. 서울 수복 이후 두 사람은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다 공동운영하기로 합의를 봤다. 한씨는 을사늑약 체결을 끝까지 거부한 참정대신 한규설의 손자이며, 서울여상과 문영여중고 등을 거느린 문영학원을 설립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화신백화점은 전쟁이 끝난 후 1953년 수리를 거쳐 일부 문을 열었다가 1956년 10월 15일 완전히 복구해 재개점했다. 재개점을 기념해 경품을 내건 광고(경향신문 1956년 10월 14일자·사진)를 신문에 냈다. 경품 1등은 밀가루 30포대로 돼있다. '백화점 왕'이란 별명답게 박흥식은 앞서가는 마케팅 기법으로 화신을 장안 최고의 백화점으로 키웠다. 여세를 몰아 1970년대에는 일본 소니와 합작해 '화신쏘니'를 세워 오디오 기기 등을 생산하는 한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냉장고를 만드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오일쇼크를 이기지 못하고 화신쏘니 등의 계열사들은 1980년 부도를 내기에 이르렀다. 내부시설이 오래되고 낡은 화신백화점도 롯데백화점 등 현대식 백화점이 등장함에 따라 경쟁에 밀렸고, 매출도 점점 줄었다.
결국 1987년 2월 문을 닫은 화신백화점 건물은 한보주택을 거쳐 삼성그룹의 동방생명으로 넘어갔다. 삼성그룹은 설계를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종로타워(밀레니엄타워)를 완공했다.
종로타워는 2016년 이지스자산운용에 팔렸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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