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더위 피하려다 따라오는 냉방병, 어떻게 예방할까 [weekend 헬스]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0 08:46

수정 2023.07.20 08:46

[파이낸셜뉴스] 폭염과 함께 장마가 찾아오면서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어디를 가도 시원한 에어컨이 있어서 더위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오히려 냉방병에 걸리기도 한다. 의료진들은 냉방병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레지오넬라균 감염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20일 전했다.

장시간 냉방 노출로 발생하는 냉방병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의 큰 차이나 장시간 냉방 노출로 인한 지나친 습도의 감소 등 급격한 주변 환경 변화에 인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율신경의 조절 작용에 무리가 나타나 폐, 심장, 신경 등의 기능에도 난조를 보이게 된다.
이런 적응 부조화 현상이 반복될수록 신체에 무리가 가고 피로가 누적된다. 사람에 따라 감기, 기관지염, 급성 인후두염 등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고, 메스꺼움, 구토, 설사, 소화불량,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을 보인다. 고열, 두통, 요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박영환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은 어떤 특정된 질병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인체 밸런스를 무너뜨려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건강 생활의 적신호임이 분명하다"며 "평소 면역력이 떨어져있는 사람이나 천식, 알레르기, 만성 편두통 등의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은 냉방병에 좀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냉방병에 취약해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은 외부기온에 적응하는데 약 1~2주 기간이 필요하다"며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서 온도가 너무 낮아 몸이 실내외 온도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경우 자율신경계에 무리가 가면서 냉방병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레지오넬라증도 또다른 원인

냉방병의 가장 큰 원인은 외부 온도와의 지나친 차이다. 여름의 무더운 외부 기온에 비해서 실내 온도를 에어컨으로 너무 낮게 설정하게 되면 우리 몸이 과도한 실내외 온도 차이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각종 질환이 발생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습도의 하락이다. 에어컨을 계속 틀면 더운 공기를 식히는 과정에서 수분을 응결시키기 때문에 습도는 계속 내려간다. 습도가 30~40%까지 떨어지면 호흡기의 점막이 마르고 섬모 운동이 저하되어 인후염이나 감기 등의 각종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다.

김경수 교수는 냉방병의 또다른 원인으로 레지오넬라증을 꼽았다.

그는 "에어컨의 냉각수나 공기가 세균들로 오염돼 이 세균들이 냉방기를 통해 빌딩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감염시킨다"며 "이 세균을 레지오넬라라고 하는데 일종의 감염성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균은 냉방기내에서 잘 서식하고 면역이 약해진 사람에 주로 감염된다"며 "냉방기의 청결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정기적인 냉방기 점검 및 필터 청소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냉방병 원인으로는 밀폐 건물 증후군을 꼽을 수 있다. 이 증후군은 시운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하는데 주로 두통을 호소하며 눈, 코, 목등이 건조해지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울 수 있다. 여름철에 에어컨 사용을 하면서 환기를 자주 시켜줘야 하는 이유다.

냉방병, 어떻게 예방하나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외 온도 차이가 섭씨 5℃ 이상 되지 않도록 하고, 에어컨을 틀 때는 사람이 적은 방향으로 에어컨 송풍 방향을 맞추는 것이 좋다.

냉방된 실내와 더운 실외를 드나들 때는 온도에 맞게 옷을 더 입고 벗는 등 체온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실내 온도는 22~26℃ 사이가 적정하고, 에어컨을 처음 틀 때에는 온도를 낮췄다가 서서히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영환 교수는 "냉방된 실내에서 장시간 생활하려면 피부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얇은 긴팔 블라우스, 스타킹 등을 착용해 에어컨의 찬 공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며 "무더운 실외에서 냉방된 실내로 들어오면 먼저 냉방 장치에서 먼 곳에서 신체를 적응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밤에 잠을 잘 때에는 되도록 냉방기를 끄는 것이 좋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면 중에는 신체 기관의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냉방기 사용으로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성의 경우 허리, 하복부 등의 보온에 신경을 쓰고, 피로하고 두통이 생긴다면 냉방기를 끄거나 약하게 조절해야 한다. 찬 음식은 너무 자주 먹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며 무엇보다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권장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여름에도 ‘꾸준한 운동' 과 '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몸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낮에 많이 피곤할 경우 10분~30분 가량의 낮잠은 도움이 되지만, 열대야 등으로 그 전날 잠을 하루 정도 설쳤더라도, 낮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은 좋지 않다"며 "32℃ 이상 올라가는 무더위만 아니라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체력도 보존하고, 정상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냉방병은 실내환경을 개선하고 감기기운이 나아지면 대부분 좋아진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라면 각각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콧물, 코막힘, 재채기, 소화불량, 설사 등과 같은 증상이 심할 경우 진료 후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실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박주현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은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레 호전된다"며 "하지만 고열, 기침, 근육통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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