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110일 걸린 최저임금 결정방식 바꿔야"...양쪽 모두 불만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0 05:00

수정 2023.07.20 05:00

중소·소상공인 등 경영자 측"3고에 어려운데 동결 묵살" 반대
노동계 측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 불만
전문가들 "최저임금 결정 방식 변경" 필요
[파이낸셜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110일간의 논의 끝에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서울 서대문구의한 전통시장 모습. 뉴스1
내년도 최저임금이 110일간의 논의 끝에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산한 서울 서대문구의한 전통시장 모습. 뉴스1

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2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밤샘 논의 끝에 15차 전원회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 월급(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시급 9620원·월급 201만580원)보다 2.5% 높은 금액이다.
이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동결 주장 경영자측, 경영 환경 어려운데 ...

우선 경영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2,5% 인상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소상공인이 더이상 고용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임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년간 최저임금을 무려 52.4% 올리는 과속 인상을 벌여왔다.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고용 축소로 이어졌고 내년엔 더욱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며 "감당하기 힘든 인건비 상승은 고용원 없는 소상공인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소공연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58.7%가 신규채용 축소, 44.5%가 기존인력 감원, 42.3%가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해야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에서 편의점 운영중인 점주는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를 더하면 최저시급은 이미 1만원을 훌쩍 너기게 된다"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점주는 그리 많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중소기업 현장은 저성장·고금리로 지불능력이 저하돼 있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영활동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수준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1만원 돌파 기대 노동계, 실질임금 사실상 '삭감'

노동계 역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불만 가득하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된 것은 실질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제도는 1987년 제도 시행 이후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강한 발전에 최우선 목적이 있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라며 "지난 2년간 최저임금 결정 산식이 잘못된 예측으로 지난해 물가 폭등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저임금노동자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2024년 최저임금은 끝내 저임금 노동자의 모든 꿈을 짓밟았다"며 "2017년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며 전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이뤄졌지만 올해도 1만원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답정너'식 최임위, 변경 필요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위원회 결정방식에 대한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위원회가 열리고 있지만 결과에 경영계와 노동계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올해 역시 노동계 입장에서는 시간당 1만원도 불발됐고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끝났다. 또한 경영계는 어려운 경제상황 가운데 동결을 주장해왔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 특히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 정부의 심의 개입 의혹과 위원회 운영의 독립성 및 중립성, 공정성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표 대결 형식의 최임위의 결정방식이 문제다.

올해 최임위는 노사가 제시한 최종안(11차 수정안)인 1만원과 9860원을 놓고 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9860원이 17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1만원이 8표, 기권이 1표 나왔다. 현재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8명(9명 중 1명 구속돼 해촉),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6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날 투표 결과는 공익위원 대부분이 사용자위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임위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부에 제출하게 된다. 고용부는 다음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는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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