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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식 충전' 글로벌 표준 한발짝… 현대차·기아 고심 [FN 모빌리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3 18:20

수정 2023.07.23 19:04

日닛산 합류로 6개 완성차 채택.. 폭스바겐·스텔란티스도 전환 검토
CCS방식 현대차·기아 내부 논의.. 동참땐 전기차 주도권 뺏길 우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뉴스1

테슬라 충전 코드. AP연합뉴스
테슬라 충전 코드. AP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방식(NACS·북미표준충전) 채택을 잇따라 선언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테슬라 충전방식이 북미 지역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현대차그룹도 독자노선을 걷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 충전 생태계 동참시 전력 사용 비용의 협상 주도권을 넘겨줄 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운행과 관련된 고객 정보 노출도 불가피해 현대차의 전략 수립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테슬라 충전방식 대세론
지난해 6월 플로리다 잭슨빌에 위치한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 AP뉴시스
지난해 6월 플로리다 잭슨빌에 위치한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 AP뉴시스

23일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NACS 충전방식을 따르기로 한 완성차 업체는 일본 닛산을 포함해 미국 업체인 포드·GM·리비안,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6곳이다. 테슬라가 지난해 11월 경쟁사들에게 충전 기술을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불과 8개월 만이다. 지난 20일 편입을 선언한 닛산은 2025년부터 출시하는 북미용 전기차에는 NACS 충전 포트를 탑재하고, 내년 신차에는 급한대로 테슬라 NACS전용 어댑터를 끼워팔겠다고 발표했다.
닛산의 '변심'은 일본 자체 전기차 충전 규격인 차데모(CHAdeMo)를 글로벌 표준으로 밀고 있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 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안기고 있다. 도요타, 혼다, 나아가 혼다·소니의 합작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도 테슬라 충전방식을 따를 지 주목되고 있다.

테슬라 충전 동맹의 다음 편입 후보로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 2위인 폭스바겐과 6위 스텔란티스다. 두 회사는 현재 테슬라와 NACS 충전 규격 사용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공동으로 통합충전시스템(CCS) 규격을 택했던 포드에 이어 폭스바겐도 북미용 전기차의 CCS 이탈을 선언할 공산이 커보인다. NACS와 CCS로 양분된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충전 규격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NACS로 점차 통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테슬라는 북미 충전소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파이퍼샌들러앤코는 테슬라가 2030년까지 30억 달러의 충전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 "내부 검토 중"
현대차 아이오닉6.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제공.
현대차 아이오닉6.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뉴스1

완성차 업체들로선 전기차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한 대라도 차를 더 팔려면 테슬라 진영 동참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차량 충전, 운행, 전비 등과 관련된 각종 정보가 테슬라 충전소를 통해 테슬라 측에 그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향후 충전 요금과 관련된 협상의 주도권을 완전히 테슬라 측에 넘겨줄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

CCS를 택하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북미용 전기차에 대해 NACS를 채택하는 문제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다.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테슬라 스탠다드에 맞춰 충전을 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충전효율이 효과적으로 나오는지 검증해야 하고 테슬라도 우리를 도와줘야 할 것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동참을 시기의 문제로 보고 있다.
일본 간사이대 박태훈 교수는 "미국 정부가 테슬라의 충전규격을 전폭 지원해주고 있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상황"이라며 "조만간 현대차도 북미용 전기차에 대해 NACS를 채택한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이어 "충전사업 확대로, 향후엔 테슬라가 전력회사들에 맞먹는 막강한 파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도 "현대차도 NACS를 따라가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기차 생태계 구축와 관련된 테슬라의 주도권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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