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2.2조원 부실 채권 매·상각
지난해 1년 동안 털어낸 것과 비슷
연체율, NPL 비율 등 높아지지만
장부상 수치일뿐 실제 회복 아냐
[파이낸셜뉴스] 지속되는 건전성 우려에 은행들이 매·상각하는 부실 채권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미 5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내다 판 규모만 지난해 연간 수준에 육박한다. 주요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등에 수치가 반영되기 전 부실 채권을 장부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다. 다만 이를 통해 '명목상' 수치는 낮아졌지만 은행 건전성 및 수익성이 실질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발표 앞두고 1.3조원 매·상각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 상반기 매각 또는 상각한 부실 채권은 총 2조213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9907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약 2.23배 상당이 올 상반기 중 매·상각 처리된 셈이다.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3억원)과 비슷하다. 특히 지난 1·4분기(8570억원) 대비 2·4분기(1조3560억원) 규모가 58% 늘었다.
이는 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건전성 지표를 지표 낮추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분기 중 채권을 매·상각하면 기말 집계에 반영되지 않아 '착시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NPL 비율 등을 집계하기 전에 주기적으로 매각 및 상각을 통해 부실 채권을 정리한다. 실제 올 2·4분기 털어낸 매·상각 규모 가운데 약 93%(1조2646억원)가 분기 말인 지난 6월 매·상각된 규모다.
건전성 회복 '착시' 조심해야
이에 따라 은행권 건전성 지표는 점차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5대 시중은행 연체율은 평균 0.29%로 전월(0.33%) 대비 0.04%p 하락했다. 같은 기간 NPL 비율도 0.30%에서 0.25%로 0.05%p 줄었다. 가계대출(0.21%→0.20%)보다도 기업대출(0.37%→0.28%)에서 수치 회복세가 더 두드러졌다.
다만 실제 은행권 건전성이 회복세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장부상에서는 부실 채권을 지워버릴 수 있지만 은행의 실질적인 건전성 관리 능력을 측정하려면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실 채권이 많을수록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해 총자산이 줄고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6월 말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과 NPL 비율은 각각 0.17%와 0.22%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된 이후가 관건"이라며 "건전성 관리에 초점 맞추는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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