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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주지훈, 그들 덕에 능력 확장... 때로 아내보다 내 마음 더 잘 알아채" [인터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4 18:02

수정 2023.07.24 18:02

영화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신뢰로 엮인 사람들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
시원한 카체이싱, 할리우드영화 못지 않아
모로코 현지 촬영 주민들과 정 많이 들어... 다시 캐스팅해도 하정우·주지훈 택할 것"
영화 '비공식작전'의 주지훈(왼쪽)과 하정우 쇼박스 제공
영화 '비공식작전'의 주지훈(왼쪽)과 하정우 쇼박스 제공
김성훈 감독
김성훈 감독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백주 대낮에 현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된다. 모두에게 잊혔던 그가 21개월 뒤 살아서 돌아온다. 하정우·주지훈 주연의 '비공식작전'은 '피랍'과 '21개월 뒤 생환'이라는 시작과 끝만 실제 사건에서 따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의 김성훈 감독(작은 사진)이 영화 '터널'(2016)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영화다.

한국판 '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이 영화에 대해 김 감독은 "아무리 가치 있는 이야기라도 당의정처럼 일단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랍당한 그분의 고통은 최소화하고 구출하러 가는 (영화적) 인물과 과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신뢰로 엮인 사람들이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

한때 '중동의 진주'로 불렸던 베이루트는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의 갈등으로 내전의 장이 됐던 도시다.
총격전이 일어나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이곳에서 흙수저 출신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은 동료를 구출하는 임무에 자원하고, 동료의 몸값을 노리는 공항경비대의 총알 세례를 피해 우연히 한국인 판수(주지훈 분)의 택시를 타게 된다. '비공식작전'은 앞서 개봉한 '모가디슈'와 '교섭'처럼 실화를 모티브로 했는데, 기존 영화 대비 가장 경쾌한 리듬을 보여준다. 모로코 현지 로케이션으로 구현한 이국적 풍경을 무대로 하루하루가 지뢰밭 같은 둘의 위험천만한 여정을 긴박감 넘치게 펼쳐 보인다.

김 감독은 "구출 과정은 기밀이라 당시 뉴스를 참조했다"며 "'사람이 살아있으니 데리러 가야 한다'고 말한 누군가가 있지 않았겠나. 우리가 모르는 소영웅에 집중했고, '터널'에 이어 신뢰로 엮인 사람이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민준도 판수도 다 영화적 인물이다. 그런데 당시 베이루트에 한국인이 한 명 살긴 했더라. 그 사람이 판수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했다."

■장르 쾌감 살린 액션영화 "카체이싱 볼거리"

'비공식작전'은 장르영화의 쾌감을 살린 액션영화로 완성됐다. 특히 카체이싱이 볼거리다. 한낮에 펼쳐지는 카체이싱은 모로코에서 21회나 찍었다. 극중 하정우와 주지훈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밤의 카체이싱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매직아워에 14회차 찍었다. 김 감독은 "해 지면 어차피 아무것도 안보이니까 그냥 강원도에서 찍자는 얘기도 나왔다"며 "근데 황량한 사막 뒤로 아틀라스 산맥이 장대하게 펼쳐진 그 풍광을 꼭 담고 싶어서, 하루에 대략 10분밖에 안주어지는 해질 무렵 찍었다"고 설명했다. "마치 뉴스 생방송 하듯 '해지기 10분 전, 5분 전'을 체크하며 하루에 1-2컷씩 14일에 걸쳐 완성했다"며 배우들의 연기도 빛나 "내가 이 장면 찍으러 여기 왔지 싶을 정도로 뿌듯했다"고 부연했다.

모로코의 작은 마을을 들었다놨다 한 낮의 카체이싱은 할리우드 영화 부럽지 않게 완성됐다. 가파른 계단과 좁은 골목을 질주하던 벤츠s123이 8대가량 파손된 덕이다. 그는 "마을 주민의 동의를 얻어 아이들이 학교 간 뒤 찍었다. 127회차 중 70회를 모로코에서 찍었는데, 유난히 이곳 주민과 정이 많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하이라이트 액션신인) 옥상부터 카체이싱까지 18분가량 되는데, 250~300명 스태프들이 능력의 최고치를 발휘했다"며 "촬영이 끝나는 날, 동네잔치마냥 음식을 나눠먹으며 카퍼레이드를 했고 박수치며 축하하고 울면서 아쉬워했다"고 했다.

■"하정우·주지훈, 때로 아내보다 내 마음 더 잘알아"

'비공식작전'은 코로나19로 자칫 촬영이 무산될 뻔했다. 선발대 40명 중 누군가는 셧다운이 된다는 뉴스를 듣고 빨래하다 급히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촬영을 위해 재입국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김 감독은 "그때 만약 머뭇거렸으면, 영화 자체가 엎어졌을 것"이라며 "집에서 콘티를 보는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내가 한 작품 중 제일 재미있고 준비도 많이 해 억울했다"고 돌이켰다. 결국 해외에 있는 모로코 의료진을 태우고 온다는 조건 하에 모로코 왕립영상위원회가 전세기 운항을 허용했다. 그는 "모로코왕립영상위원회가 '킹덤'과 '오징어게임', BTS의 인기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우리 스태프 중에 BTS 닮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다 환대해줬다. 당시 공항에 우리 비행기뿐이라 활주로를 걸어갔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배우 하정우·주지훈은 영화 '터널'과 '킹덤'으로 김 감독과 좋은 결과물을 낸 바 있다. 김 감독은 두 배우와의 호흡에 대해 "때로 아내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안다"고 비교했다.
"제가 트리플 A형에 INFJ(성격유형)라서 마음에 안차도 '좋은 것 같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뉘앙스 차이로 내 마음을 알아챈다. 내 능력을 확장해주는 배우들이다.
다시 캐스팅을 한대도 하정우와 주지훈을 택할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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