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내성균을 치료하는 새 항생제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1 13:53

수정 2023.08.01 13:53

KBSI-조선의대, 천연물처럼 설계한 항생물질 개발
내성 생긴 황색포도상구균 등에 강력한 항균력 보여
포도상구균. 게티이미지 제공
포도상구균.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방정규 박사팀이 조선대 의과대학 신송엽 교수팀과 함께 여러 내성균에 강한 새로운 항생물질을 개발했다. 이 항생물질은 천연 항생물질처럼 설계해 저분자 화합물을 합성했다. 실제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황색포도상구균과 녹농균 등을 실험한 결과 강력한 항균력을 보였다.

KBSI 방정규 박사는 1일 "합성 항생제가 극복하지 못한 내성균에 대해 수천년 동안 생존한 동·식물에서 유래된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조선대 신송엽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는 항균작용은 물론, 항생물막 및 항염증 활성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KBSI는 이번에 개발한 항생물질은 내성균에 대항해 강한 활성을 보이면서도 독성이 적고 효소에 안정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항생물질은 기존 합성 항생제를 대체할 차세대 신약으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합성 항생제 대신 자연 생물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인 항균 펩타이드로 천연 항생제를 만드는 연구가 한창이다. 항균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50개 미만으로 이뤄진 양친매성 물질로, 꿀벌의 멜리틴이 대표적이다. 멜리틴은 내성균에도 강력한 항균력을 갖고 있지만, 독성과 짧은 반감기, 고비용 등의 문제때문에 인간에게 직접 사용하기엔 아직 무리다.

연구진이 꿀벌의 멜리틴처럼 천연 항생물질을 모방해 새로운 항생물질을 설계했다. 이 항생물질은 다양한 내성균에 강력한 항균력을 보였다. KBSI 제공
연구진이 꿀벌의 멜리틴처럼 천연 항생물질을 모방해 새로운 항생물질을 설계했다. 이 항생물질은 다양한 내성균에 강력한 항균력을 보였다. KBSI 제공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균 펩타이드와 동일한 형태의 양친매성 구조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이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는 데옥시티미딘을 몸체로, 두 개의 구아니딘 또는 아민 그룹을 연결해 양이온성(친수성)을 띠게 하고 두 개의 아다만틴 작용기를 연결해 소수성을 띠게 했다.

이렇게 만든 항생물질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에 대해 강력한 항균력을 나타냈다. 또 단백질 분해 효소와 혈청에 대해서도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세균은 스스로 생물막을 만들어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데, 새로운 항생물질이 이 생물막을 파괴하거나 뚫고 들어가 세균을 죽이거나 번식을 억제했다.
특히, 이 항생물질을 기존의 항생제와 함께 사용하면 항균활성이 상승되는 효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분자량이 적은 저분자 물질이어서 제조 과정이 간단하다"며 "펩타이드 제조의 일반적 단점인 복잡한 개발 공정과 고비용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 새로운 항생물질을 생명과학분야 세계적 권위의 저명학술지인 '국제 항균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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