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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money]한국엔 없는 그리드플레이션? "한전·가스공사가 인플레 압력 낮춰"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2 05:30

수정 2023.08.02 05:30

한국은행 블로그 '그리드플레이션' 분석
"정책당국 노력에 가계+기업 고통분담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상승압력 낮춰"
"에너지 공기업은 큰 폭 적자
공공부문이 인플레압력 낮추는 데 기여"
7월 13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7%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하락했으며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4연속 동결했다. 2023.7.13/뉴스1 /
7월 13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7%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하락했으며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4연속 동결했다. 2023.7.13/뉴스1 /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3주 연속 상승한 30일 서울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기준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리터당 15.7원 상승한 1599.3원을 기록했고 경유는 전주 대비 19.6원 오른 1411.8원으로 집계됐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2023.7.30/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3주 연속 상승한 30일 서울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기준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리터당 15.7원 상승한 1599.3원을 기록했고 경유는 전주 대비 19.6원 오른 1411.8원으로 집계됐다. 2023.7.30/

[파이낸셜뉴스]기업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핑계 삼아 상품·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이른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 우리나라에선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공요금 인상폭을 줄여 물가상승압력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장병훈·송상윤 과장, 임웅지 차장)은 2일 한은 블로그 '기업이윤과 인플레이션' 글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물가동향팀은 "2022년 중 국내 물가의 큰 폭 상승은 수입물가에 주로 기인한다"면서 "유로지역이나 미국에 비해 영업잉여와 피용자보수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명목으로 이윤을 내기 위해 물가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민간소비지출 디플레이터(deflator)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보면, 수입물가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유로지역이나 미국과 달리 기업 영업잉여의 영향은 작았다.

팬데믹 이후 영업잉여의 기여도 추이를 봐도 우리나라에선 2021년 중 IT업황 호조 등으로 증가했다가 2022년 상당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유로지역이나 미국에서 영업잉여 기여도가 꾸준히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유로지역이나 미국에 비해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우 전쟁 등 영향을 적게 받았기 때문이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기업의 가격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는 정책당국의 노력과 가계 및 기업의 고통분담 효과도 작용했다. 물가동향팀은 "정책당국의 물가안정 노력과 더불어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임금 및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이차효과의 확산이 제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에너지 공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것도 인플레 압력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물가동향팀은 "한전, 가스공사 등이 포함된 전기·가스·수도업의 영업잉여 기여도가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낸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유가 및 천연가스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상승부담이 전기·가스요금에 적게 반영되면서 관련 공기업이 큰 폭 적자를 기록했지만,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물가동향팀은 "전기·가스·수도업을 제외하고 보면 지난해 물가 상승에 대한 기업이윤의 영향이 플러스(+)로 나타나지만 이 경우에도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상승에 대한 영업잉여의 기여도는 유로지역이나 미국에 비해 상당폭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올해 민간소비지출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지난해에 비해 상당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동향팀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을 중심으로 지난해 크게 높아졌던 수입물가가 금년 들어 상당폭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피용자보수나 기업이윤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민간소비지출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향후 국제유가 추이, 이상기후에 따른 곡물가격 변동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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