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이 씻기는데 뜨거운 물을..", 한국인도 못믿는데 외국인 도우미?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3 05:00

수정 2023.08.03 05:00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갑론을박'
이용 비용도 비싸네...차라리 韓도우미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 모습 7.31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 모습 7.31

[파이낸셜뉴스] #. 한국인 가사 도우미 두분을 채용해 봤는데 신생아는 20년 전에 키워보고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 아이와 생활하는걸 보니 불안해서 믿고 맡기질 못하겠더라고요. 결국은 다른 가사 도우미 구하는걸 포기한 채 혼자 아이를 돌보고 있어요.(육아 휴직 중인 서울시민 A씨)

연내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를 시범 도입한다는 정부 계획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과연 외국인 가사 근로자에게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 문제'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찬성하는 측은 국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보다 단축, 유연근무가 낫다"

정부가 연내 서울에 필리핀 등 외국 출신 가사도우미 100여명을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국론이 양분되고 있다.

영아를 키우고 있는 A씨는 3일 "정부 인증 업체에서 보내준 한국인 가사 도우미가 돌도 안 지난 아이를 목욕시키는데 샤워기를 틀어서 바로 물을 뿌리더라"며 "아이는 한순간 방심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아 늘 주의가 필요한데 과연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외국인에게 내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워킹맘들이 50~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건 한국식 육아 경험 때문일 것"이라며 "외국은 그들대로 아이 키우는 방식이 있을텐데 과연 외국인들이 이론만 가지고 한국에 왔을 때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31일 주최한 외국인 가사·육아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에 대한 공청회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쏟아졌다.

고용부 '워킹맘&대디 현장 멘토단'인 37개월 된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김고은 멘토는 "아이와 관련된 것은 돈이 비싸다고 안 쓰고 저렴하다고 쓰는 영역이 아니다"며 "믿음이 가장 중요한데 문화라는 게 한두 번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김 멘토는 "근본적으로 내가 내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게 단축, 유연근무를 활성화시키는 게 훨씬 좋은 정책"이라며 "근로시간 조율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킹대디인 김진환 멘토 역시 "가정이기 때문에 일반 사업장에서 외국인을 채용한다는 것과는 다르다"며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지, 문화적인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에 대한 가치관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정부 지원금을 외국인 숙소 등에 쓰지 말고 아이의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지급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뉴스1DB ⓒ News1 /사진=뉴스1
뉴스1DB ⓒ News1 /사진=뉴스1

"외국인 이용 비용도 비싸네...차라리 韓 도우미 쓰지..."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찬성하는 측은 최근 가사돌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매칭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인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맞벌이가 늘어나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종사자도 줄고 평균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며 "4주 전쯤 약 이틀 간 수요 조사를 해본 결과 150명 이상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도 "외국국적 동포가 80만명 정도이고 이 중 절반인 여성 동포들이 고령화되고 있다"며 "그동안은 내국인들과 경쟁해왔지만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인력이 더 도입이 안 된다고 하면 이 시장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공급할까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이용 비용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범 도입 예정인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을 것이 유력하다.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은 각각 시급 9620원, 9860원이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이 받을 월급은 각각 201만580원, 206만740원이 되는 셈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의 월 급여가 각각 40만∼60만원, 77만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난다.


쌍둥이를 키우는 B씨는 "월 200만원이면 중소기업 신입사원 월급 대부분을 차지해 큰 부담"이라며 "한국 가사도우미를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데 과연 외국인 근로자를 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News1 DB /사진=뉴스1
ⓒ News1 DB /사진=뉴스1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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