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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없이 뽐내는 '부자의 향기'...'올드머니룩' [Weekend 스타일]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0 15:57

수정 2023.08.10 15:57

브루넬로 쿠치넬리 23FW.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브루넬로 쿠치넬리 23FW.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브루넬로 구치넬리 23 FW.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브루넬로 구치넬리 23 FW.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파이낸셜뉴스] '올드머니(Old money) 룩'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올드머니는 신흥 부자를 뜻하는 뉴머니(New money)와는 다른 '대대로 자산이 많은 상류층'으로, 올드머니룩 역시 고급스러움을 은은하게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에게는 '모태부자 룩'이라는 직관적 단어가 더 친숙한 올드머니 룩의 정체성은 대대로 누린 부는 큰 로고와 화려함으로 과시하지 않아도 은근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신흥부자의 패션스타일인 '뉴머니룩'과의 차별화를 통해 탄생한 올드머니 룩 트렌드는 올여름을 시작으로 가을·겨울 시즌을 강타할 전망이다.

■눈에 띄지 않는 로고·무채색 '올드머니룩'
10일 업계에 따르면 고급스러움을 은은하게 드러내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올드머니 룩이 패션 트렌드로 급부상 중이다.

올드머니 룩의 특징은 눈에 띄지 않는 로고, 차분한 색상, 고급 소재 등으로 요약된다.
명품 브랜드의 큰 로고나 패턴으로 부를 과시하던 이전과는 달리 작은 로고 등을 활용하는 등 로고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올드머니 룩의 두드러진 점 중 하나다. 화려한 색상보다 흰색, 베이지색 등 차분한 무채색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올드머니 룩의 정체성이다. 실크, 캐시미어, 고급 리넨 등 고급 소재도 올드머니 룩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다. 소재와 핏, 사소한 디테일까지도 고급스러운 아이템 혹은 하이엔드 명품으로 은은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부를 드러내는 것이 곧 올드머니 룩이다. 최근 조용한 명품을 뜻하는 '스텔스 럭셔리' 트렌드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던스트 트위드 반소매 재킷. /사진=무신사
던스트 트위드 반소매 재킷. /사진=무신사

틸아이다이 캐시미어 반소매 카디건. /사진=무신사
틸아이다이 캐시미어 반소매 카디건. /사진=무신사

선보이는 스타일링마다 화제를 모으는 켄달 제너·카일리 제너 등 '제너 자매'부터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도 공항 패션을 통해 올드머니 룩을 선보이고 있다. 젠지(Gen Z·Z세대)를 중심으로 올드머니 룩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달고 게시된 '올드머니(Old money)' 게시물만 90만개가 넘는다. 지난 7월 한 달간 29CM에서 올드머니룩의 대표 소재로 꼽히는 '리넨', '시어서커', '실크', '캐시미어', '트위드' 등 소재 이름으로 유입된 검색량은 지난해 7월과 비교해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무신사에서도 올드머니 룩의 대표 아이템인 '린넨 화이트 셔츠' 검색량은 5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드머니룩' 대표하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해 최근 떠오르는 디자이너 브랜드들까지 올드머니룩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브랜드들이 인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는 대표적인 올드머니 룩 브랜드 중 하나다.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고품질과 최상급 캐시미어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최근 올드머니 룩 트렌드에 맞춰 고유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니트웨어 제품을 비롯해 재킷, 팬츠, 스커트, 스니커즈 등이 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 늘었다.

■PB 브랜드에 디자이너 브랜드도 '올드머니룩'
CJ온스타일의 패션 PB 브랜드들도 올드머니룩 스타일링에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스튜디오, 더엣지, VW베라왕 등은 포멀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살린 디자인으로 올드머니룩 트렌드와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드머니룩의 인기에 힘입어 CJ온스타일의 지난 7월 한 달간 패션 P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무신사
/사진=무신사

우마뭉 23 여름 컬렉션 룩북. /사진=무신사
우마뭉 23 여름 컬렉션 룩북. /사진=무신사

최근 떠오르는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올드머니룩을 연출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감을 자랑하는 '틸아이다이' 캐시미어 반소매 카디건은 29CM에서 올 여름에만 6차 판매에 들어가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던스트', '루에브르'의 여름 트위드 재킷도 29CM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엄 니트웨어를 전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우마뭉'은 여름 니트웨어로 구성한 올해 여름 컬렉션에서 아이보리, 베이지 등 뉴트럴한 컬러에 정제된 실루엣과 디테일을 더한 니트 제품들을 선보였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여성 고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링서울'은 대나무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 '뱀부(Bamboo)'와 리넨을 혼합한 소재의 셔츠를 29CM 단독으로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성패션 브랜드 '포터리'가 면, 린넨 혼방 재질로 낸 12가지 색상의 반소매 셔츠 역시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올드머니룩은 고급스럽고 세련되지만 튀지 않고 티가 안나게 입는 것이 포인트"라며 "드러내고 과시하는 최신 유행의 명품룩 대신 좋은 소재와 유행을 타지 않는 실루엣을 사용한 룩으로 올 가을·겨울까지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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