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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 주식 '100+1' 거래 가능해진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1 11:46

수정 2023.08.11 12:01

- 기존 100주, 200주, 300주 구매 단위에서 '100+1주', '100+2주'로 개선 검토
- 소액 투자자 끌어들여 증시 활성화, 결국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앞으로 중국 본토 주식을 거래할 때 100주 이상이면 1주 단위로 추가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기존에는 100주의 정수배 단위로만 살 수 있었다. 거래 편의성과 원활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인데, 결국 통장에서 자고 있는 자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의 모든 경제정책은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1일 상하이증권보와 중국증권보 등에 따르면 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홈페이지에 전날 올렸다.

거래소는 “충분한 조사와 시장 의견을 경청해 거래 시스템 개선을 연구키로 했다”면서 “시장 활력을 자극하고 거래 편의성과 원활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토 대상은 상하이·선전거래소의 주식과 펀드, 기타 증권 거래를 최초 100주 단위 이후부턴 1주 단위로 조정하는 것이다. ETF도 포함된다.

즉 앞으론 기존에 주식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구매할 때 100주 이상이면 ‘100주+1’, ‘100주+2’ 식으로 주식 등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100주의 정수배인 200주, 300주로만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몸집이 큰 주식 종목의 경우 소액주주 접근이 어려웠다. 예컨대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바이주(백주) 업체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주당 가격은 11일 오전 현재 1875위안(약 34만원)이다.

다시 말해 소액주주가 이런 마오타이 주식을 가지려면 최소 18만7500위안(약 3415만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어렵게 돈을 구해 100주를 구입했다고 해도 비슷한 금액을 들여 추가 구매하는 것은 더 큰 부담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투자자들의 고가 주식 거래 비용을 줄이고, 투자자들의 분산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투자자 자금 사용 효율성을 높여 주식 시장의 활성화와 유동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증권시장 초기에 거래 조정과 처리를 쉽게 하겠다며 100주 단위를 적용했다. 그러나 거래가 자동화되고 효율성은 점차 향상됐다. 해외 시장에서도 최소 거래 단위를 1주로 하고 있다.

중국이 올해 이 시점에서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것은 자국 경기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적극적인 소비나 투자 대신 저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위안화 예금은 26조2600억위안(약 4787조원)으로 전년대비 6조5900억위안 증가했다. 저축률은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76%의 청년들은 저축을 늘리는 이유에 대해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라고 답했다고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보도했다.

따라서 최소 거래 단위를 낮추는 것은 이처럼 통장에 묻혀 있는 자금을 증시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시중은행들이 인민은행의 지시를 받고 예금 금리를 줄기차게 낮추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자금을 한 종목에만 묶어 두지 않고 잦은 거래를 유도하거나 분산 투자를 촉진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유동성 확대다.

중국 증권 소식통은 “기관은 대량 매매가 가능하지만, 소액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중국 증시가 정체기이고, 증시로 돈이 풀리면 결국 다른 시장으로도 지금이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경기 부양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검토’ 단계라도 조만간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 소식통은 부연했다.


난카이대학교의 티엔리후이 금융개발연구원 원장도 증권일보에 “조치는 거래 비용을 줄이고 자금 효율성을 개선하며 시장 유동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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