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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70년' 위해 분단 고리 끊고 통일 모멘텀 마련을"..."한반도 공동체라는 연대의식 아래 통합의 길 모색할 때" [통일 좌담회 '한국의 미래와 통일']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3 18:35

수정 2023.08.13 18:35

김병연 "분단비용 빠르게 증가… 통일땐 시너지효과 굉장히 클 것"
박명규 "北주민 통일 원하지만 구체적·실질적 내용까진 생각안해"
윤영관 "통일은 지정학적인 축복… '돈' 문제로 보는 인식 바꿔야"
이영선 "통일을 포기할 땐 분단비용 늘고 장기적 비전도 잃어버려"
"'새로운 70년' 위해 분단 고리 끊고 통일 모멘텀 마련을"..."한반도 공동체라는 연대의식 아래 통합의 길 모색할 때" [통일 좌담회 '한국의 미래와 통일']

"70년간 이어진 적대적 남북 분단 체제의 고리를 끊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앞으로 70년간의 분단 비용은 이전과 다른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날 것이다. '잃어버린 7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70년'을 맞기 위해 통일에 대한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달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클럽에서 파이낸셜뉴스가 마련한 '8·15 기념, 한국의 미래와 통일' 간담회에서 통일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의 사회로 열린 간담회에는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박명규 광주과학기술원 초빙 석학교수,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이상 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통일에 대한 인식차를 줄여 한반도 공동체라는 연대의식 아래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정서적 역사적 공동체 복원이라는 통일의 정신을 살릴 것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회 =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

―통일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중요한 화두다.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 있나.

▲윤 이사장=경제적으로도 통일은 큰 이득이 된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 사이의 지정학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 통일이 되면 이런 지정학적 딜레마가 지정학적 축복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의 경제 번영은 해양으로 진출해 무역을 통해 이룬 것이다. 통일이 되면 대륙을 향해서도 우리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통일은 경제적 차원 외에 정신적, 영적인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통일을 경제만의 문제로 보니까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통일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2013년에 베를린에서 만난 독일인들은 통일이 힘들고 돈도 들지만, 그런 미션이 자기 세대에 주어졌다는 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통일을 돈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본질 아닌가 싶다.

▲박 교수=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기 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시대적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단일민족에 기초를 둔 전통적인 통일의 이미지와 요즘 세대의 인식간에 갭이 있다. 다원화·민주화 된 지난 70년의 변화와 발전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단일국가·단일민족 개념의 정치공동체 중심으로 사고했던 통일로부터 다원화되고 민주화되고 다층적인 형태의 통일에 대한 사고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그게 제대로 되면 젊은 세대부터 통일에 대한 필요성이나 열정이 더 생겨날 수있다.

▲윤 이사장=젊은 세대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한국 사회 전반의 추세를 말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70년간 경제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오다 보니 공동체 의식과 후세를 생각하는 역사의식이 약화되고 이것이 통일문제를 보는 시각에도 반영되고 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도 공동체 의식과 역사 의식은 특히 중요하다.

―분단 체제로 인한 리스크가 크다.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의의 장을 어떻게 하면 넓힐 수 있을까.

▲이 이사장=많은 사람들이 분단상태인 현재가 좋은 것처럼 생각한다. 통일은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들 것이라 얘기한다. 그런데 사실 분단 상태에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통일을 포기할 경우 분단에서 오는 비용은 계속 지불하는 것이며, 장기적인 비전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김 원장=분단 7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앞으로 70년을 생각해보면, 분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훨씬 커진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미국 중심으로 서방이 뭉치면서 분단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만약 한반도가 나뉘지 않고 천문학적 분단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한국 역사에서 우리가 한 번도 꿈꾸지 못한 전 세계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안된 이유는 분단 때문이다. 당장의 비용을 생각하겠지만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분단으로 잃어버린 게 얼마나 큰가. 앞으로 70년 이후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맥락에서 통일을 보면 좋을 것 같다.

―통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도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통일에 대한 체감도 혹은 의지가 궁금하다.

▲박 교수= 탈북한 지 6개월이 안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의식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중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문제는 국내에 온 탈북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사회에 쉽게 통합되지 못하고 배제되거나 2등시민이 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당위론 측면에서의 공감대는 높으나 통일의 구체적 과정과 실질적인 내용까지 깊은 생각을 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이 이사장='북한 주민이 하나인가'를 봐야 한다. 정권과 연관 있는 사람들과 일반 주민들의 의식은 큰 차이가 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사람들은 통일을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남한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알고 있다. 많은 후진국들이 체제를 바꾸니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했다. 그렇기에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통일에 대해 염원할 것이다. 탈북자들을 잘 적응시키는 정책을 통해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 북한 주민들도 통일을 선호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까 싶다.

▲윤 이사장=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심정적인 연대의 끈이 연결돼 있느냐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서독 정부가 '통일해야겠다'고 해서 동독 정부나 주민들을 도와준 게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소통하고 협력하고 지원했던 건 동독 주민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간다운 삶을 도와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원장=동독 주민들도 통일을 하고 싶어했다. 그 이유는 더 잘 산다는 것, 곧 이익에 대한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이 측면에서 북한주민들은 더 강하게 (이익을) 원할 것이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고 탈북민부터 친밀감을 주고 통일이 됐을 때 바람직한 상황에 대한 지식을 쌓아 북한에 전수해주는 게 필요하다.

―남북한 주민들간 문화적 인식의 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박 교수=역사를 돌아보면 계획과 기획에 따라 진행된 것 못지 않게 우연적이고 예상 못한 변수에 의해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획을 해야 하지만, 천재지변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작용할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한다. 생각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가 비축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관계가 악화 되어도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니까 양국이 기후재앙에 대한 대화를 한다. 한반도 역시 공통의 재난이나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대응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김 원장=사회주의를 경험한 나라의 국민들은 체제 붕괴 이후에도 기존의 가치관에 오랫동안 지배된다. 북한은 사회주의가 가장 오래된 곳이다. 당연히 가치관 차이가 많이 있을 것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탈북민 청년을 도와준 적이 있다. 그에게 "한국에서는 웃어야 한다"고 말했더니 자신은 커피를 파는 사람인데 왜 억지로 웃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사회주의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니 판매자가 왕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을 위해 웃어주기까지 하는 게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통일의 과정엔 비핵화가 전제가 된다. 개성공단도 운영해봤으나 현재로선 무위로 돌아갔다. 통일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김 원장=단기 비핵화, 중기 경제협력, 장기 통합, 최종 통일 과정이 있다. 비핵화를 건너뛰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경협과 통합 없이 통일을 하려 들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전문가 눈에는 회로가 보인다. 어떤 회로를 타고 가면 어떻게 될 것인지 보는 게 전문성이다. 그 동안 대북정책은 전문성이 없어서 회로를 보지 못했다. 어떤 경험을 통해 통합의 문을 열 것인지 각 단계에서 충분히 이뤄지면 남북 관계도 개선될 것이다.

▲윤 이사장=진보 정부의 포용정책은 대부분 비핵화라는 걸림돌에 걸려서 성공을 못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계 없이 우리끼리의 남북협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결단이 전제되지 않는 한 경제통합의 길은 요원하다.

서울 용산구 한남클럽에서 열린 '8·15 기념, 한국의 미래와 통일'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통일 전문가들이 남북문제 현안과 통일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박명규 광주과학기술원 초빙 석학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클럽에서 열린 '8·15 기념, 한국의 미래와 통일'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통일 전문가들이 남북문제 현안과 통일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박명규 광주과학기술원 초빙 석학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이 이사장=비핵화 문제를 풀지 않고 경제통합 등을 모색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찾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어려움에 처한 북한에 결핵약을 보내는 경우들이다. 인도주의적으로 우리가 할 일을 찾아보고 노력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통합의 징검다리를 놓을 필요성이 있다.

 
▲윤 이사장=정치적 리더십 차원에서 대북제재의 예외조항으로서의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틈새를 활용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국제적 차원에서의 비핵화는 공감하고 협력하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전개하는 리더십이 더 강했으면 한다.

―보수·진보를 떠나 초당적 통일정책이 가능한가.

 
▲이 이사장= 지난 대선에서는 안보에 대한 약간의 이슈 외에는 통일이나 대북 정책으로 표를 이끄는 전략을 안 썼다.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즉, 대북정책에 관한 갈등으로 표를 얻는 행위는 앞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면에서 초당적 통일정책의 기초는 만들어졌다. 사회적으로 초당적 통일정책을 계속 논의해가면 방법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윤 이사장=통일정책과 대북정책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통일정책은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또는 단계적 통일방안에 대해 합의해왔다고 본다. 첨예한 대립을 보인 건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 진보는 포용 정책을 주로 강조했고 보수는 포용 정책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런 대결구도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정치다. 1987년 승자독식의 정치 체제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권을 갖고 야당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100% 소외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현 정부가 성공하는 걸 상대 진영에서 원치 않는다. 다음 선거 때 정권을 교체해야 되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초당적 대북정책을 합의하는 건 힘들다.

 
▲박 교수=통일을 민족문제로 보느냐, 지정학적 이슈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남북 분단은 우리가 원치 않은 상황이었으며, 이걸 해결하는 것은 남북의 당사자들이라는 민족주의적인 부분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축을 이뤘다. 지금은 우리의 국제적 상황이나 국내 위상 부분에서 더 이상 민족 문제로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미래 비전을 민족문제와 지정학적 이슈를 같이 엮는 일종의 그랜드 디자인 혹은 대전략에 우리 사회가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

 
▲김 원장=대북 정책의 탈정치화를 위해 중립적인 위원회를 제안한 적이 있다. 여야를 떠나 적임자를 추천해서 중립적 위원회에서 중요한 대북정책을 합의하는 것이다. 민족이라든지 지정학적이라든지 상호 대립이 아니라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대북 정책의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위상에 대한 논쟁이 있다.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하는 게 좋은가.

 
▲박 교수=통일부의 지나친 역할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많은 제도 중에 소방서, 보험 등 유사시를 대비하는 제도들이 많다. 통일은 중요한 장기 전략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필수적 제도로서의 통일부를 할 일이 별로 없는 조직처럼 평가하는 부분은 재고했으면 좋겠다.

 
▲이 이사장=통일부 조직개편 논제는 '북한 지원부'가 아니라 '통일 지향부'를 가리키는 것 같다. 그런 모토라면 유연성 있게 조직을 개편하고 할 일을 찾는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축소한다는 건 정당성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필요할 때 행동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을 만드는 역할을 통일부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권을 강조하는 건 필요하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을 거론하다 보면 북한을 자극해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딜레마도 있지 않은가.

 
▲이 이사장=북한 인권은 정권에 관계 없이 초당적으로 재조명해야 한다. 결국 통일의 목적 가운데 인권 문제가 중요한 것이기에 우리의 기본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만, 우리가 북한 정부에게 인권을 존중하도록 강제할 순 없다. 서독이 동독과의 관계에서 여러 유인책을 썼는데 우리도 그런 제도적인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이산가족 만남과 같은 방식이다. 여러 방안을 정치인들이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박 교수=북한 인권만이 아니라 인권 이슈 전반에서 양면이 있다. 인권 문제가 있다는 점을 대외에 알리고 관심을 갖게 만드는 활동은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실질적으로 인권이 개선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권의 중요성과 북한의 인권 상황의 부정적 부분을 이슈화하는 동시에 북한이 실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김 원장=인권을 수단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인권을 바라보는 건 바람직한데 그것이 목적이 되어야지 수단화 시키는 것은 안 된다. 어떤 정부든 북한주민의 인권을 목적으로 봐야 하며 인권은 당위적인 것이다.

 
▲윤 이사장=북한 내부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면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간의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 고리를 통해 인센티브 제안과 개선 요청을 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지금은 북한이 고립돼 있다. 결국, 북한 사회가 외부 사회와 연결되는 고리를 형성하는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 지금 모든 사안에 북한 핵문제가 연결돼 있어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외적인 관여나 북한 스스로 대외개방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는 제로에 가깝다.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리고, 외부세계와 연결고리가 강화되면 북한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한반도 주변 강국들 속에서 통일의 길을 찾는 과정은 험난하다. '신냉전 시대'에 한반도 통일에 영향을 미칠 국제적인 변곡점이 있는가.

 
▲윤 이사장=6자회담이 이상적인 매커니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중과 미러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은 한계에 직면했다. 6자 회담의 부활 가능성은 미중관계나 미러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힘들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 협상 가능성이다. 내년 미국 대선 시기에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때 쯤 되면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기술에서 그들 나름대로 거의 완성단계에 왔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심각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탈출구를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을 김정은 위원장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원장=남북 관계와 북한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여지들이 있다.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지금은 중러가 북한에 관해 우호적인데 (전쟁 결과에 따라) 또 판이 바뀔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중국 문제다. 미중 갈등은 오래 갈 것이다. 그런데 3년 내에 중국경제가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중국의 경제활동이 재개 되었어도 경제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영향이 중국 정치와 대외정책에 중요하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 시기와 북한 경제의 자립 가능성 그리고 미국의 대선 결과도 북한 문제의 큰 변곡점이다.

―북한이 협상의 장으로 나오는 게 우선 필요하다. 최소한의 개방이라도 끌어내기 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할 정책적 제언을 해달라.

 
▲김 원장=통일 정책을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가선 안 된다. 대북정책은 오케스트라다. 모든 부처가 똑 같은 악기를 가진게 아니다. 통일은 통일만의 의미가 있고 악기가 있다. 국방부가 있고 외교부가 있는 것처럼 독자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해야할 일 혹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플랜별로 정리하는 복합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 경영 아이템들도 있다. 북한이 남한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판매하는 방안이다. 남한이 북한에 산림을 조성해주고 북한은 한반도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을 관리하면 된다. 우리가 탄소배출권을 사는 상생적인 아이디어다.

 
▲윤 이사장=인도주의적인 협력 가운데 보건의료 협력을 획기적으로 추진하는 게 어떨까 싶다. 북한은 병원시설도 취약하고 약이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예외적으로 인정받는 분야다. 북한이 거부할 수도 있지만 좀 더 효율적인 의료 보건협력플랜을 전국적인 단위에서 추진했으면 한다. 환경분야도 마찬가지다. 환경재앙으로 북쪽도 남쪽도 고통받으니까 협력의 여지가 있다. 좀 더 체계적으로 탈북민을 지원하고 포용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게 남쪽에 온 탈북민들을 품는 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통일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 이사장=북한 주민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만드는 게 통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독일 통일은 결국 동독 주민이 결정한 것이다. 북한 주민이 통일하자는 생각이 없는 한 우리가 들어갈 순 없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의 생각에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는 정책들이 있어야 한다.

 
▲박 교수='통합'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에 들어온 많은 외국인 거주자들이나 다문화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통합의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내부의 통합 이슈와 남북의 통합 이슈가 결코 다를 수 없고 그것을 같이 봐야 한다.

정리=jjack3@fnnews.com 조창원 논설위원,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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