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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브릭스 연설문 곳곳에 드러난 '反美'.."단결·확장하자"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3 09:31

수정 2023.08.23 09:46

- 중국 경제에 대해선 "강인하고 잠재력 커, 14억 인구 현대화"
브릭스에 참석한 각국 정상. 사진 = 러시아 외무부 AP 연합뉴스
브릭스에 참석한 각국 정상. 사진 = 러시아 외무부 AP 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회원국들에게 사실상 미국 등 서방국가에 맞선 단결을 주문했다. 반면 브라질과 남아공 등은 주요7개국(G7) 대항마가 아니라며 시 주석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23일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국가 비즈니스포럼 폐막식에 ‘단결·협력을 심화해 리스크 도전에 맞선 더 나은 세상 공동 건설’은 제목의 연설문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다만 시 주석은 실제 비즈니스포럼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연설문을 대독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보도했다.

시 주석의 연설문은 전반에 걸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 불만을 드러내며 브릭스 국가가 뭉쳐야 한다고 요청했다.

연설문은 “협력과 통합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분열과 대결로 갈 것인가. 손을 잡고 평화와 안정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신냉전의 나락으로 빠질 것인가. 개방과 포용 속에 번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횡포 속에 불황에 빠질 것인가. 교류와 상호 이해를 통해 신뢰를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오만과 편견에 양심을 속일 것인가. 역사의 시계 추가 어디로 향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연설문은 분열과 대결, 신냉전을 양산하는 주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브릭스가 미국 중심의 G7 대항마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연설문이 언급한 문구는 중국이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을 비판할 때 써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설문은 또 “모든 국만이 바라는 것은 ‘신냉전’, ‘소집단’이 아니라 항구적 평화, 보편적으로 안전한 세계, 공동 번영,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세계”라며 “모든 국가는 발전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집단은 미국의 동맹국 결집에 대한 중국식 비판 표현이다. 또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견제를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연설문은 그러면서 “이른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자유와 독재’라는 이원적 대립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면 세계의 분열과 문명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은 왕과 패권을 다투는 유전자가 없고, 강대국 게임에 대한 충동이 없다”고 밝혔다.

연설문은 브릭스 외연 확장에 대한 희망도 피력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브릭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브릭스+’ 모델을 확장하며, 다른 신흥시장 국가 및 개발도상국과의 단합과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면서 “브릭스에 문을 두드리는 20여 개국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위기’로 보는 외국과 다른 견해를 내놨다.

연설문은 “중국 경제는 강인하고 잠재력이 크며 활력이 충분하며 장기적인 개선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항상 세계 발전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며 14억명 이상의 인구가 현대화되면서 모든 국가의 산업 및 상업에 더 큰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브릭스는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썼다.


남아공도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지지하면서도 주요 7개국(G7)의 대항마나 반서방 블록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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