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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위기, '리먼 사태'까지는 안 갈듯...위험 남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4 05:00

수정 2023.08.24 05:00

노벨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中때문에 2008년 위기 재발 안해"
中 경제의 폐쇄성 때문에 위기 터져도 中 안에서 머물 듯
中 내부에서도 국가가 통제하는 특수한 체제 덕분에 위기 확산 제한적
그림자 금융 등 뇌관 남아, 당국의 대처 능력에 의구심
지난 18일 중국 난징에서 촬영된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의 아파트.AFP연합뉴스
지난 18일 중국 난징에서 촬영된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의 아파트.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시장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에 달하는 중국이 최근 부동산 기업들의 경영 부실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미국과 비슷하나 대부분 내부 부채인데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위기 전염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中 경제 폐쇄적, 위기 전염 어려워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는 21일(이하 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최근 중국의 부동산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중국이 만약 2008년 미국처럼 경제 위기를 겪었을 때 그 여파가 세계로 번질 것인지 묻는다면 “답은 매우 명확하게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현재 중국의 상황이 2008년 미국·유럽 경제와 비슷하지만 일정 부분 다르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은 2008년 당시 위기가 미국과 유럽의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초래됐고 '그림자 금융'의 붕괴 등 금융 혼란에 의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그림자 금융이란 사실상 돈을 빌려주는 기능을 하지만 은행과 같은 규제는 받지 않는 금융기업이나 금융상품을 말한다.

크루그먼은 현재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나 그림자 금융 규모가 2008년 서방 국가 보다 심각하고 지방 부채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직접 투자하거나 물건을 수출하는 규모가 비교적 작다며 중국에서 위기가 터져도 중국 내부에서 그친다고 내다봤다.

크루그먼은 중국·홍콩에 대한 미국의 직접 투자액이 2150억달러(약 287조원), 주식·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는 5150억 달러(약 688조원) 수준으로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하면 소규모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규모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도 안 되는 1500억달러(약 200조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위기에 빠져도 미국 제품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크루그먼은 더 나아가 만약 중국이 경제 위기에 빠져 석유나 기타 원자재 수입을 줄일 경우 다른 국가들 입장에서 물가상승세가 줄어들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 주도 금융에 '울고 웃고'
이처럼 한 국가나 대형 기관에서 발생한 위기가 다른 곳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리먼 모먼트(Lehman moment)’라고 부른다.

2008년 미국에서는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그 여파가 다른 금융권으로 번졌고, 금융 건전성이 망가지면서 범세계적인 위기가 발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조지 마그너스 중국센터장은 23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리먼 모먼트가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국영 은행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국의 금융 체계를 지적했다. 마그너스는 “국영은행 체계에서는 당국이 금융 기관의 부채를 더 많이 옮길 수 있으며 ‘연장 혹은 위장’용 회계를 통해 대형 은행이 살아남도록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2020년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실채권 비중이 1.4%로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역대 최고치였던 2005년(9.2%)이나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3.35%)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업은행들의 평균 부실채권 비율도 지난 6월 말 기준 1.62%로 4년 전(1.81%)보다 낮았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 프리차드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은행들은 국영이기 때문에 다른 금융 체계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은행간 거래에서 특별한 자금 경색 신호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 경제는 이달 들어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무더기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만큼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프리차드는 “비록 광범위한 금융위기를 피하더라도 그림자 금융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신용이 낮은 채무자들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크루그먼은 중국 당국자들이 현재 위기와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할 만한 의지나 지적 명확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국이 지속 불가능한 부동산 영역에 투자하는 대신 소비를 늘려야 하지만 과소비에 민감하고 민간 경제의 재량권 확대에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 촉진을 위해 은행들 대출 확대를 강요하는 상황도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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