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모르면서 떠들면 선동이다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7 17:45

수정 2023.08.27 17:45

[강남시선] 모르면서 떠들면 선동이다
"200~500m 깊은 수심의 물은 5~7개월이면 제주도를 지나 동해에 이를 것" "쿠로시오해류 때문에 미국, 파나마, 대서양, 인도양을 거쳐 동해로 올 수도 있지만 5년은 걸린다."

전혀 반대되는 두 발언은 실은 한 사람이 한 말이다. 전자는 2023년, 후자는 2013년으로 시기가 다를 뿐이다. 얼마 전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가장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놓던 한 학자의 이야기다. 2013년 당시 이 학자는 오염수로 인한 바다 생태계 불안에 대해 "불안이 불신으로 싹트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말과 "5년 뒤면 방사능은 거의 희석될 것"이라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과학자로서 10년의 연구 끝에 의견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면 왜 생각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한 학자의 말바꿈을 꼬투리 삼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의견 전체를 싸잡아 근거 없는 주장으로 몰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100% 신뢰할 수 없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라는 반대쪽 주장 역시 같은 기준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한 학자의 말바꿈에서 보듯이 우리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세계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예상할 수 없다. 인류에게 있어 소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놓고 가만히 있어야겠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옆집 순희네 아줌마가 빨래터에 정화조 물을 퍼부으며 "깨끗하게 정수했으니 괜찮아"라고 한다면 당장에 온동네 싸움판이 벌어질 것이다. 후쿠시마를 놓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런 거다. 어떻게든 못하게 막아달라는 거다.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면 국제사회가 이를 제지할 수단이 사실상 없어서다. 전 정부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은 전 정부에서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을 막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일까. 후쿠시마에 뿌려진 오염수가 언제 한반도에 들이닥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벌써부터 해운대 앞바다가 방사능 천지가 될 것이라며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일까. 뜬금없이 수산시장의 수조 물을 퍼마시는 퍼포먼스도 웃지 못할 촌극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여야의 다툼이 솔직히 정쟁으로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다.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선동은 문장 한 줄로 가능한데, 해명은 수십 장의 서류가 필요하다. 그때쯤 대중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고 말했다. 선동의 정수를 그야말로 한 줄에 모두 축약했다.
자신이 알지 못하면서 여론을 움직여 상대를 공격하려는 주장이 선동이다. 지금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살펴야 할 때다.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섣불리 위기론을 떠드는 것은, 되레 우리 수산업을 앞장서 망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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