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코인 개항’도 일본에 뒤처질 건가 [기자수첩]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3 13:20

수정 2023.09.04 08:14

‘코인 개항’도 일본에 뒤처질 건가 [기자수첩]

[파이낸셜뉴스] 조선의 세도정치가 극에 달하던 1854년, 일본은 미국과 미일화친조약을 맺었다. 17세기부터 쇄국정책을 유지해온 일본이 미국 해군의 무력 시위에 개항을 하게 된 것이다. 원치 않은 개항이었지만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코인 쇄국‘을 하던 일본이 이번에도 발 빠르게 문을 열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플랫폼 카이코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일본 코인거래소의 가상자산 거래량은 연초 대비 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6% 감소했다.


일본의 가상자산 거래가 늘어난 것은 일본정부의 정책 방향이 달라진 때문이다. 웹3.0 산업을 경제회복 계획에 포함시키면서 일본 코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4월 ‘웹3 백서’를 승인하고, 웹3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일본 국내외 사업 환경을 정비하고 있다. 웹3 백서에는 가상자산 발행사의 보유 물량에 대해 법인세를 징수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함께 개인의 코인 소득세율을 2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최근 “웹3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형태다. 전통적인 인터넷 환경을 변화시키고, 사회 변혁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정부는 웹3 도래에 맞춰 환경 정비에 힘쓸 것”이라고 밝한 바 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가상자산에 대한 1차 입법이 완료됐지만 여전히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산업 육성은 뒷전이다. 당국의 인식도 좋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에게 “토큰증권 분야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문호를 개방할 수 있나”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이 관계자는 “대부업자들에게 은행을 맡길 순 없지 않나”라는 답을 내놨다. 당국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합법과 불법의 사이에 있는 존재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한일 코인시장의 분위기는 바이낸스가 각국에서 보이는 행보를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바이낸스 재팬은 최근 가상자산 현물거래 서비스를 공식 출시하고, 대표가 직접 일본에서 가장 많은 토큰을 거래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와 달리, 바이낸스가 인수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사업자 변경 신고도 몇달 째 수리되지 않아 재매각설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이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못하면' 해당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인 쇄국’을 하던 일본은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일본에 뒤쳐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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