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수출 못 살리면 '상저하고'는 희망고문으로 끝날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4 18:10

수정 2023.09.04 18:10

정부, 수출활성화 대책 4일 발표
尹대통령, G20 등 정상회의 참석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동향과 수출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최근 경제 동향과 수출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개월째 감소하고 있는 수출을 살리기 위한 추가 대책을 4일 정부가 발표했다. 올해 안에 최대 181조원 규모의 무역·수출금융을 공급하고,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가 수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은 거의 10회에 육박한다. 여러 수출진흥책을 발표하면서 매번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예상대로 '상저하고'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실행력에 있다. 발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효과가 없다면 그 이유를 찾아내 시정해야 한다.

이날 발표 중에 또 강조된 것은 그동안 누차 밝혔던 수출국 다변화다. 중동, 아세안 등 신흥시장에 수주지원단을 파견하고 정책금융을 확대하겠다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사우디 원팀코리아, 인도네시아·콜롬비아 녹색산업 수주팀이라는 팀을 구성해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여태껏 이런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이 수출국 다변화를 추진했다는 게 의아하다.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수출 관련 공직자들이 발벗고 뛰어야 그동안 내놓은 정책들이 효과를 볼까 말까 한 상황이다. 탁상행정에 빠져 입으로만 떠든다고 수출이 저절로 늘지 않는다.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현장을 뛰며 하나라도 도울 것이 없는지 찾고 다녀야 한다.

윤 대통령은 5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적·안보적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틀 안에서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추진 중이다.

아세안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우리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아세안 10개국의 인구 8억명은 세계 3위이고, 경제규모는 7위권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인구구조가 젊고 연평균 성장률은 5%에 이르며 2030년에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 아세안경제공동체(AEC) 구성을 통한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아세안 방문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적 연대 강화를 방문의 주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 1위 인구 국가가 된 인도도 아세안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다. 인구를 앞세운 발전 잠재력은 아세안을 능가한다.

아세안과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아세안과 인도를 '수출 마이너스 행진'을 끝내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정부나 기업이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더 공격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 아세안은 일본과 중국이 수십 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기에 그 사이를 치고 들어가려면 여간한 노력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중국 관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미·중 패권 다툼의 과정에서 우리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중국은 여전한 경제대국, 인구대국이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한중 관계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국익 위주의 전략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