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산사태에 강한 산림구조를 만들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5 18:08

수정 2023.09.05 18:08

[특별기고] 산사태에 강한 산림구조를 만들어야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극심한 산사태 재해가 났다. 이번 장마로 산사태를 포함해 사망과 실종이 약 50명에 달하고 재산피해도 막대했다. 경북 예천 지역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았다. 필자가 약 30년간 산림공직생활을 했는데 실로 처음 보는 규모의 산사태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올해의 강수량 규모는 가히 역대 최대였고, 앞으로 그 강도는 더 높아지리라 기후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장마와 집중호우, 급경사 산지, 토질 등이 산사태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인구밀도가 높아 산지 곳곳에 민가가 있고 도시와 마을도 산지와 가까워 산사태로 인한 피해에 항상 노출돼 있다. 점점 대형화돼 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산사태에 강한 산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가 산림부문에서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됐다.

먼저, 산림을 큰 범위로 바라보고 재해방지를 위한 통합적인 산림관리를 해야 한다. 산지는 크게 보면 거대한 물그릇이다. 그 물그릇에 맞는 물관리체계를 세워야 한다. 그것이 유역(流域) 단위로 관리하는 산림관리 체계이다. 집중호우시 골짜기를 따라 모인 물들이 예측된 곳으로 흘러가도록 통합적인 유역관리사업을 전개하고 물그릇이 깨지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사방댐과 계류보전 등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또, 골짜기 주변에는 뿌리를 깊이 내리는 심근성 수목으로 교체해 나가고 숲가꾸기를 통해 산림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임도, 벌채지, 개간지 등 산사태를 가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특별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최근 임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임도시설 자체가 원인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진이 나서 집이 무너졌는데 집이 문제라는 논리와 같아서 지나친 면이 있다. 산사태의 원인은 분명 집중 폭우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임도는 경사지 산림을 인위적으로 깎아서 만든 시설로서 배수시설이 충분치 않으면 산사태를 가중시키는 조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대형화되는 폭우에 취약하기 때문에 여기에 적용하는 방재기준을 높여야 한다. 특히 점점 더 커지는 기후재난에 대비한 배수시설, 소형교량 등 충분한 시설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셋째, 산림 주변의 주거지에 대한 산사태 영향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계곡 인근에 별장, 펜션 등 많은 주거시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주거시설은 피해를 최소화할 방벽 등 보완시설을 반드시 해야 하고, 앞으로 입지할 주거지들에 대해서는 산사태 영향평가를 엄격히 해 허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산사태 취약지역 개념을 넘는 이론과 기술, 제도의 발전이 요망된다.

넷째,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제도화된 대피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물을 머금은 산지가 사실 언제 무너질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강수량, 호우 기간, 예측모델에 의해 내보내는 산사태 경보, 산사태 취약지역 등 기본적인 정보에 의해 일정 기준의 위험성이 나타나는 시기와 지역은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는 만큼 일거에 자동적인 대피를 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설령 재산피해는 나더라도 인명만큼은 단 한 사람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치산치수는 국가공동체 관리의 첫 번째 임무이다.
중국의 첫 고대국가인 하(夏)나라는 우(禹)임금의 치산치수 성공에 의해 민심을 얻어 성립했다. 많은 고대국가들도 치산치수를 근간으로 문명을 발전시켰다.
기후위기로 재난재해가 대형화되고 빈발해지는 현대에 있어서 인류가 발전시킨 모든 과학기술과 역량을 투입해 재난재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국가의 마땅한 사명이다. 올여름 겪은 큰 재해를 계기로 분발해 더 안전한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가자.

최병암 한국치산기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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