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게임체인저 '핵 잠수함' 한반도 충돌시계 "째깍"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8 09:14

수정 2023.09.08 09:14

-미국, 러시아로 부터 핵기술 도입경쟁
-김정은 'ICBM+핵잠'투트랙 야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6일 열린 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신문은 전술핵공격잠수함 제841호를 건조하고 이름을 '김군옥 영웅'함으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김 총비서는 진수식 연설에서 해군의 핵무장화를 강조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6일 열린 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신문은 전술핵공격잠수함 제841호를 건조하고 이름을 '김군옥 영웅'함으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김 총비서는 진수식 연설에서 해군의 핵무장화를 강조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반도가 갈수록 '핵 잠수함' 충돌로 부터 안전하지 못하게 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남북한이 모두 '핵 잠수함' 군비 경쟁에 돌입하면서 이같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핵 잠수함은 한반도 군비경쟁에서 최고점인 '게임 체인저'로 불리면서 남북간의 그동안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개적인 핵 잠수함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8일 북한은 정권 수립 75주년을 하루 앞두고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제841호)을 건조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새로 건조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은 로미오급 개량형(3천t급)으로 추정된다. 이 잠수함에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SLBM과 함께 핵어뢰 '해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술핵공격잠수함 건조가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전력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또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계획돼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기존의 중형 잠수함들도 발전된 동력체계를 도입하고 전반적인 잠항작전능력을 향상 시키겠다"고 밝혔다.

러 '핵 추진 잠수함' 기술 확보하려는 북한
김 위원장은 이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러시아가 원하는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의 공급 대가로 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한 첨단기술 이전과 식량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2021년 1월 꼭 개발해내겠다고 공표한 '5대 전략 무기' 중 하나인 핵 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북한은 핵잠을 대미 협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짧으면 하루, 길게는 2주에 한 번은 물 위로 올라와야 해 장기 작전이 어렵다. 하지만 핵잠은 3~6개월간 물 밑에서 활동하다가 기습적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다.

일 예로 지난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영국의 핵잠수함은 1만4400km 떨어진 포클랜드 해역에 10여일 만에 도착해 아르헨티나 해군 순양함을 격침시켜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 반면 함께 출발한 재래식 잠수함은 5주나 걸려서야 현장에 도착해 핵추진 잠수함의 진가를 입증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탑재 우주 발사체 관련 기술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상 각도 발사, 다탄두(MIRV) 기술 등이 모두 핵잠수함으로 이전될 수도 있다. 이같은 결합을 위해선 러시아의 최고급 군사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 잠수함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게되면 한반도 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를 방문해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 켄터키함 앞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를 방문해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 켄터키함 앞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반도 방어망 전면 수정해야...'강대강' 국면 고조
북한에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이 이전될 경우 한국형 3축 체계 등 대북 핵·미사일 방어망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주한미군의 사드와 패트리엇, 천궁 등으로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북한 지상이 아닌 동해 등 측면에서 날아오는 SLBM이나 전략순항미사일 등에는 취약하다. 결국 북한의 핵잠수함에 대비하기 위해서 한국도 호주처럼 미국에서 핵잠수함 기술 도입을 더욱 서두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핵 잠수함은 우리나라 역대 정부에서 지속 추진돼 왔다. 지난 2017년 4월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핵잠수함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잠수함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지난 7월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정박중인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을 승함했다. 윤 대통령의 핵잠수함 방문은 우방국을 포함해 외국 정상으로는 최초였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핵협의그룹, SSBN과 같은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통해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연히 대응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탄두가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SLBM 20여기를 실을 수 있는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은 북한을 더욱 긴장 시켰다. 북한은 SSBN 입항 다음날 새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기습적으로 발사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월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를 방문,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 켄터키함에 승선해 잠망경을 보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월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를 방문,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 켄터키함에 승선해 잠망경을 보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미국 거부시 프랑스 핵잠 도입도 검토
한국은 이미 핵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제반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잠수함 원조국인 독일에 버금가는 잠수함의 설계·건조 실력을 보유한 데다 핵잠용 소형 원자로 제작 기술도 충분히 축적하고 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1400t급 잠수함 3척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수출액이 1조 1600억에 이른다.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비용은 척당 1조600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한국형 책추진 잠수함의 도입에는 현재로선 미국의 동의가 절대적 동의가 필수다. 한미원자력협정 탓이다. 우리나라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고농축 핵연료를 보유할 수 없다. 농축률 20% 이하인 저농축 우라늄도 군사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데 미국 정부와 의회가 예외를 인정해야 가능하다. 다른 방법도 있다. 최근 호주에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을 결정했다. 평화적 목적과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안보,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면 미국이 호주와 같은 케이스를 한국에 적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반대가 계속될 경우 다른 우회로도 거론되고 있다. 호주와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약을 했던 프랑스가 미국에게 뺏긴 터라 한국형 핵잠수함 개발에 새로운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도 한국에 이 같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