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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게이머 권익 법안, 이를 둘러싼 21대 국회 임기말 풍경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9 07:00

수정 2023.09.09 07:00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1년 4월 이상헌 의원실에서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게임 이용자들의 분쟁 및 민원을 처리하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이하 콘분위)'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래서인지 법안의 심사 상황에 대한 게이머들의 문의가 꽤 자주 들어온다.

법안의 자세한 내용은 기존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한 바 있으니, 이번 글에서는 해당 개정안의 상황과 남은 쟁점 등을 설명하고자 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국회의 법안처리 동향부터 살펴봐야 한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회의원들의 법안발의 수에 비해 처리 속도는 매우 더디다.
심사되지 못하는 법안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21대 국회 개원 4년 차다. 계류 법안수가 갈수록 쌓인다. 숫자로도 증명된다. 21대 국회 개원 이래 6819건의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반면, 그 두 배 이상인 1만6082건이 계류 중이다. 이는 곧 모든 법안이 모이는 법제사법위원회가 심각한 '법안병목현상' 중이라는 뜻이다. 법사위는 중요 법안들을 선별적으로 우선 처리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교통체증이다.

법사위는 고심 끝에 한 가지 룰을 정했다. 어떤 법안에 대해 그 유관부처가 반대 의견일 경우, 이견이 해소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하거나 제2소위원회로 회부시키는 것이다. 이견이 없는 법안부터 먼저 심사하겠다는 말이다. 한편, 제2소위원회는 별명이 있는데, '법안의 무덤'이 그것이다. 21대 국회 개원 이래 법사위 제2소위는 단 10차례 열렸다. 한 번 열릴 때 소위를 통과하는 법안의 수마저도 10여 건에 불과하다. 마치 늪과 같다. 이처럼 2소위에 회부된 법안은 다시 심사되기 어렵기 때문에 무덤이라고 불린다.

다시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법안을 발의한 지 1년 반이 지난 올해 1월 31일 각고의 노력 끝에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법사위에서 제동 걸렸다. 법원행정처가 이견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의견서를 아무리 뜯어봐도 법원행정처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법원행정처는 '콘분위의 조정 및 중재 제도가 행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라는 법치국가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정 및 중재 제도와 같은 재판외분쟁해결제도는 사전적 갈등 해결 수단이다. 최종적인 분쟁해결수단은 여전히 재판제도인 것이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콘분위의 조정 및 중재는 사법권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송제도를 보완한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그렇다. 지난해 콘분위 조정회의에 상정된 52건 중 51건이 법원 연계사건이었다.

아울러 법원행정처는 콘분위에 중재기능이 추가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풀어보자면 이렇다. 중재는 단심제적 성격을 가진 제도로, 재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콘분위에 중재 기능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이해 당사자들의 재판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다. 개정안은 분쟁 당사자가 서면으로 중재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중재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분쟁 당사자는 중재 또는 재판 청구 중 본인에게 유리한 절차를 제기할 수 있다. 즉 재판 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또한 콘분위에 중재 기능이 포함될 경우,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일반 소액 피해자들도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법원행정처는 콘분위에 직권조정 및 중재 기능을 도입할 경우, 이를 담당할 위원들의 법률적 전문성 부족을 우려했다. 과연 법원행정처가 개정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러한 의견을 낸 것인지 의심된다. 이미 개정안에 콘텐츠분쟁의 조정 및 중재를 담당하는 조정부와 중재부는 5명 이하 위원으로 구성하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 1명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법률 전문성을 우려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개정안의 위원 구성만 유달리 특이한 것도 아니다. 저작권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 등 비슷한 성격의 분쟁조정 기구들도 개정안과 유사한 위원 구성을 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이견에 반박하며 의견을 좁히려 노력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개정안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며 여러 자료를 만드는 등 의원실과 함께 법원행정처를 설득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설득이 쉽지 않다. 요지부동이다. 이대로가면 21대 국회 폐원과 함께 이 법안도 '임기만료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그렇게 되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게임 이용자들의 억울함과 민원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줄 곳은 부재할 뿐이다. 이제 21대 국회 임기가 불과 몇 달 만을 남기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부디 법원행정처가 입장을 바꿔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에 전향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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