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최효선의 지재권이야기] 지식재산권 목적은 독점? 협업?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9 06:00

수정 2023.09.09 06:00

[파이낸셜뉴스]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최효선의 지재권이야기] 지식재산권 목적은 독점? 협업?

기업과 창작자들에게 지식재산권(IP)이 중요하다는 점은 이미 상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지식재산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지식재산권의 보호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지식재산권은 소중한 무형자산이므로 남들이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게 보호해야 한다'라는 개념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을 독점하고 보호를 강화하는 것만이 지식재산권 제도가 발생한 목적이 아니다.

지식재산권법의 목적
지식재산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에 의해 창출되거나 발견된 지식ㆍ정보ㆍ기술,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 영업이나 물건의 표시, 생물의 품종이나 유전자원, 그 밖에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재산권 제도는 지재권의 보호를 통해 발명이나 사상을 공개하고 그 대가로 일정기간의 독점권을 받도록 하는 구조이다. 그 제도의 근간은 문화와 산업발전이다. 권리자의 보호와 침해금지가 지식재산권 제도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물론 그동안 지식재산권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낮았고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권리자가 제대로 권리행사를 못하거나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입법이 이루어졌고 실무적으로 효과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지식재산권의 보호에만 집중하다보니 지식재산의 권리자만이 그 지재권을 독점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식재산 기본법은 '지식재산의 창출ㆍ보호 및 활용을 촉진하고 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기본 정책과 추진 체계를 마련하여 우리 사회에서 지식재산의 가치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국가의 경제ㆍ사회 및 문화 등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최종적인 목표는 국가의 경제ㆍ사회 및 문화 등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지 지식재산권의 보호만은 아닌 것이다.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활용을 통한 문화와 산업발전
기업은 연구성과를 보호하고 사업에 이를 적용해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경쟁자들이 함부로 그 영역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진입장벽을 세우기 위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한다. 물론 이러한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재권은 직접 실시 외에도 실시권 허락이나 이용허락을 통해 제3자가 이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도록 할 수 있다. 모든 발명가나 창작자가 반드시 직접 그 사업을 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그렇게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 자본과 인력부족으로 사업에서 실패할 위험성도 크다. 특히 연구소나 대학의 발명은 직접 실시하는 것 보다는 기술이전이나 실시권 허락을 통해 기업에서 성과를 만들고 발명에 기여한 사람들이 결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고 계속해 더 좋은 발명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 산업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콘텐츠나 저작물의 경우에도 저작물을 만들어내는 창작자와 이를 사업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통해 수익을 창출해내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협업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창작자와 저작물을 가공, 유통하고 사업화하는 회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탄탄한 계약서에 기초하여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협업구조가 실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업에 필요한 지식재산권을 찾아내기도 어렵고, 실제로 찾아낸다고 하여도 거래과정에서 협의에 도달하지 못해 거래가 무산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권리자는 '갑', 이용허락을 구하는 투자자는 '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사자간의 인식 차이를 좁히기가 더 어렵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지식재산권 거래에서는 권리자는 '판매자' 투자자는 '구매자'로 보고 있다. 지식재산권을 판매 가능한 상품이라고 인식하고 적극적인 거래를 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등록증으로만 존재하는 지재권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권리 충돌 해결과 상생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이와 같이 활발한 거래와 계약을 통해 지식재산권이 산업에 적용되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사업시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계약이행에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고, 지재권 사이에도 서로 영역의 충돌이 발생되기도 한다. 이때 해결하는 방법은 대부분 민·형사소송을 통한 권리행사가 주를 이루게 된다. 물론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법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대부분 승소하더라도 사업적으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상표법에서도 등록상표인 경우에도 먼저 발생한 타인의 저작권과 충돌이 있다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그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법 규정이 있다. 상표에 로고나 도형이 포함된 경우 타인의 저작물과 동일 또는 유사한 도형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각 당사자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저작물이 먼저 발생한 것이라는 점, 해당상표가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저작권 침해주장을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과 충돌이 있다고 판단되면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허락을 하거나 저작물을 양도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들 또한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고 많은 법률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은 양 당사자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사안 검토 및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정하고 합리적인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문제 해결방식이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서툴고 낯설다. 따라서 대체적분쟁해결제도 (ADR)를 통한 문제해결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존의 ADR 제도가 각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이 혼재되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중재 또는 조정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특허청에서는 현재 운영중인 산업재산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건수가 늘어나고 있고 조정을 통한 사건 해결의 유효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산업재산 분쟁조정원을 설립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산업재산권과 영업비밀 등 현재의 조정하고 있는 영역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이 충돌하는 경우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지식재산권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신지식재산권 등 모든 영역을 포섭하는 개념이므로 이를 소관부처별로 구분해 각각 분쟁해결을 하게 되면 당사자들은 분쟁해결기관을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게 된다. 물론 각 부처간의 역할과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일거에 통합하기는 어렵겠지만 각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인적교류 또는 의견조회 등을 통해 문제해결에 상호 협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최효선 변리사, 한국상표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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