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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지속가능성 위기와 ‘Don't look up’ 증후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1 18:12

수정 2023.09.11 18:12

[서초포럼] 지속가능성 위기와 ‘Don't look up’ 증후군
넷플릭스가 2021년 제작한 영화 'Don't look up'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메릴 스트리프 등 호화배역들이 출연하여 지구를 향해 충돌하려는 혜성을 둘러싸고 혜성의 존재와 위험을 주목하는 그룹(Look up파)과 정치적 목적으로 혜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상업적 가치에 이용하려는 그룹(Don't look up파) 간의 대립과 갈등 끝에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혜성과의 충돌로 지구의 종말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Don't look up!"은 '사실을 외면하라'는 의미로 기득권의 집착이 초래한 정치적 합의의 실패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Don't look up'에서 혜성이 다가오는 것처럼 지속가능성 위기가 대한민국으로 엄습해 오고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가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2·4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2021년 인구추계의 저위전망 0.69명에 근접하고 있다. 유엔의 인구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50년 세계에서 고령화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고, 2100년 인구는 현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의 기금소진이 저출산과 고령화의 심화와 경제성장 저하로 당초 추계보다 2년을 앞당겨 2055년 일어날 것으로 추계된다.
또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미국은 물론 일본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 더구나 진통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한국 경제는 기울어가는 중국 경제의 긴 그림자를 벗어나기까지 상당 시간 어려움을 겪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속가능성 위기는 이념적 진영이나 빈부, 종교 등을 불문하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직시를 외면하는 'Don't look up'증후군이 정치와 경제 전반에 만연해 있다. 우선 국민이 선택한 여소야대 구조하에서 야당의 합의 없이는 법안 하나도 개정할 수 없는 약체 정부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정부는 국회가 안중에 없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개혁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편 거대야당은 시대과제 해결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거대야당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국회야말로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 카르텔의 전형이 아닐 수 없으며, 현실을 외면하는 'Don't look up'의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할 것이다. 국가 존립의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하여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를 방관할 수 없다. 다음 총선에서는 진정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진행 중인 국민연금 개편 추진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 역량을 시험하는 시금석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지속가능성 위기라는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하는 전략적 전환점에 놓여 있다. 세계의 지정학적 구조 변화와 첨단산업기술에 대한 국가경쟁 및 세계 공급체인의 개편 등 세계 경제의 판도 변화 와중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우리 국가안보와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선택을 고민해야 할 문제는 보수 또는 진보를 지향하는 이념의 방향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 맞서 싸워야 할 상대는 진보세력이 아니라 바로 지속가능성 위기이며, 이 위기에 대응하는 데 힘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영화에서 지구가 혜성의 충돌을 앞두고 있듯이 지속가능 위기는 시한폭탄으로 대한민국을 덮쳐오고 있다.
이 절박한 국가 위기상황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필요조건은 국민들이 시대상황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정치권은 국민들이 합의 가능한 대응전략을 찾아내고, 정부는 국력을 결집하여 대응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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