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6년5개월 만에 유커가 돌아왔다 [기자수첩]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7 13:13

수정 2023.09.17 13:13

6년5개월 만에 유커가 돌아왔다 [기자수첩]

[파이낸셜뉴스] "생각보다 매출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 "예전처럼 물건을 막 쓸어 담는 분위기는 아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썩 긍정적이지 않은 이러한 평가들은 면세와 화장품 업계에서 요즘 나오고 있는 말이다. 6년만에 재개된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방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 물었을 때 공통된 답변들이다. 지난 8월 10일 중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관광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드(THAAD) 2017년 3월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 지 6년5개월 만의 일이다. 사드 보복 이후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상황까지 겪으면서 우리나라 관광 및 면세 업계는 개점 휴업 상태를 겪었다.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화장품 업계도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돌아온다는 말에 관련 업계는 일제히 환영하며 매출 회복을 기대했다.

지금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오고 난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업계의 계산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중국이 걸어잠근 빗장을 열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상황이 6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를 보면 코로나19로 국제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동안 자국 제품을 사용하자는 분위기와 함께 기술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강해진 상황에서 다시 시장을 개척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외국인들의 한국 화장품 쇼핑 필수코스로 불리는 올리브영에서도 중국 단체 관광객 방문 이후 눈에 띄는 매출 성장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화장품이라면 우선 구입하던 기존의 구매 패턴도 바뀐 것이다.

면세업계는 추석 연휴에서 중국 중추절로 이어지는 10월 초 황금연휴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한달로서는 괄목할만한 매출 회복이 없다는 말도 된다. 돌아온 유커들은 사드 이전에 비해 1명이 구매하는 객단가가 훨씬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단체 관광이 재개된 초기이다보니 각종 지원을 받고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구성돼 있어 구매력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단체 관광객보단 한국 문화와 K-콘텐츠를 보고 개인적으로 방한하는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더 높아지는 식으로 관광객들의 성향도 변화된 것이다.

업계는 이제 6년 5개월만에 유커가 돌아왔다고 기대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전략과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각종 프로모션과 할인보다는 본질적인 콘텐츠에 좀 더 집중해야 돌아온 유커들의 지갑까지 열 수 있을 것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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