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르포] "尹 끌어내려" vs "李 수사 받아라" 이재명 입원 병원 앞, 극한 정치 갈등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8 17:38

수정 2023.09.18 17:43

이재명, 18일 오전 긴급 병원 이송
검찰, 이재명 대표 응급 이송 직후 구속영장 청구
野 지도부, 이재명 체포안 부결 시사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전 긴급 이송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사진=임우섭 기자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전 긴급 이송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사진=임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일단 끌어내려야지!" "이게 정치입니까!" "국민 목소리 좀 들어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8월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지 19일만이다.

이날 오전 6시55분 민주당 당직자는 대기 중이던 의료진을 긴급히 호출했다. 이 대표의 의식이 흐려진 상태서 탈수 증상마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의식이 반 정도 남은 상태에서 구급차에 실렸고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식염수 주입 등 긴급 치료를 마친 이 대표는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후 찾은 병원 앞은 현재 한국 정치의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축소판과 같았다. 병원 앞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지지자들과, 반대판들로 사실상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다.

한 중년 남성은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소개하며 "일단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정리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냐'라고 묻자 "윤 대통령으로 비롯한 사회적 폐해가 너무 심각하다. 모두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이 대표의 병원행을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판단하는 시민도 있었다. 김모 씨(65)는 "이 대표의 병원행은 정치 행위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일종의 (지지자들) 집결 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보인 이른바 보수층은 이 대표를 겨냥해 "신속하게 수사를 받으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병원 앞에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여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검찰개혁 등 민주당이 열었던 촛불집회를 여기서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9.18. 20hwan@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9.18. 20hwan@newsis.com /사진=뉴시스

한편 검찰은 이날 백현동 특혜 개발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르면 20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대장동과 위례 개발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204일 만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소환 통보를 받고 시작하는 단식은 처음 본다”며 “과거에도 힘 있는 사람들이 죄짓고 처벌을 피해 보려 단식하고, 입원하고 휠체어 타는 사례가 많이 있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與-野 ‘강대강’ 충돌 예고

이와 관련해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굳이 정기국회 회기에 체포동의안을 보내겠다는 것은 정치행위”라며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니 어느 길이든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조속히 건강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어떤 경우든 제1야당 대표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을 회복한 후 차분하게 만나 민생 현안을 치열하게 논의하자"고 부연했다.

다만 이 대표의 단식과 민주당이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과거 여의도에서 있었던 단식은 뚜렷한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면서 "아쉽게도 이 대표의 단식에서는 그런 대의를 찾아볼 수 없었고 사사로운 개인의 사법 리스크만 더 많이 부각됐다. 국민적 공감대도 미미하고 심지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단식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단식 탈출구로 내각 총사퇴, 국무총리 해임을 주장하는 것은 의도 자체도 순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리 정파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다"면서 "민주당에게 단식 탈출구 마련이 필요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회 운영과 국정운영 자체를 올 스톱 시켜버리는 태도는 당내 극단 강경파의 포로가 돼 민심과는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정당이 돼 버린 민주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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