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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불안한 車 수출과 물가, 경제 활력소가 절실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0 18:20

수정 2023.09.20 18:20

경제 떠받치던 자동차 호경기 꺾여
국제유가 상승 겹쳐 하반기 먹구름
2023년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사진=뉴스1
2023년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사진=뉴스1
수출과 물가 흐름이 모두 불안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해외에 파는 물량이 줄면 성장에 치명적이다. 물가마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고물가 우려는 내수시장을 짓누른다.

당장 수출시장에 중대 복병이 등장해 걱정이 태산이다. 씽씽 달리던 자동차 수출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수출은 역경과 고난 그 자체였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 수출이 직격탄을 맞으며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행히 자동차 수출이 잭팟을 터트리며 무너지던 수출시장의 보루 역할을 했다. 반도체의 빈자리를 자동차가 메운 셈이다.

문제는 하반기 들어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자동차 수출 성장세가 아래로 꺾이는 모습이 완연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자동차 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액은 52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8월 실적 가운데 가장 큰 규모여서 겉보기엔 자동차 수출이 여전히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전년동월 대비가 아니라 전월 대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하게 돌변한다. 통계 수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른' 일이 벌어진다.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자동차 판매량과 수출액 모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수출량은 지난 3월 26만3000대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24만9000대, 5월 24만7000대, 6월 24만대, 7월 23만대, 8월 19만9000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8월 자동차 수출은 전월보다 무려 13.3%나 줄었다. 이로써 1월 19만9000대 이후 7개월 만에 월간 수출 20만대 기조마저 깨졌다. 수출량이 줄어드니 수출액도 같이 감소하고 있다. 3월 수출액 65억달러를 찍은 뒤 4월 61억6000만달러, 5월 61억9000만달러, 6월 62억3000만달러, 7월 59억달러로 하락세다. 8월에는 전월보다 6억달러 이상 줄었다. 다가오는 4·4분기에 하락세가 상승세로 반전될 모멘텀도 안 보인다. 코로나 기간 계약을 하고도 차를 받지 못한 대기수요가 몰려 상반기에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는데 이제는 재고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나마 수출 1등 상품인 반도체가 상반기 부진을 벗어나 하반기에는 상승 반전이 기대된다. 그동안 쌓였던 재고가 줄어들면서 가격도 회복될 기미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계적 경기침체가 예상돼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지 장담할 수 없다.

하반기 우리 경제의 특징은 반도체의 소폭 회복과 자동차의 부진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반기 경제전망지수도 비관적이다. 한국무역협회는 4·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중간값인 100보다 낮은 90.2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하반기 무역전망을 어둡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대한 하반기 수출 플러스와 딴판이다.

물가동향도 심상치 않다. 고유가와 이상기후 여파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9% 상승했다. 1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정부가 그야말로 물가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정치와 이념갈등 그리고 외교충돌이 국정운영의 핵심의제를 온통 빨아들이고 있다.
이 와중에 경제체력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경제가 곧 민생이다.
경제를 국정운영의 1순위로 놓고 활력을 불어넣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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