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삼중고 시달리는 증시… 외국인 이탈 빨라지나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3 18:50

수정 2023.10.03 18:50

고금리·고유가·강달러에 투심 위축
외국인 9월에만 2조2826억 팔아
16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어가
코스피 3.5% 하락 2400선대로
삼중고 시달리는 증시… 외국인 이탈 빨라지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달 2조원 넘게 순매도 하는 등 이탈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고금리, 고유가, 강달러의 '삼중고'를 만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조282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달 6일부터 1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1조652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조2208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월별 기준)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이전까지 최대 매도세를 보였던 6월(-1조6654억원)의 수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큰 손의 연이은 대량 매도에 국내 증시는 상승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9월 한 달 코스피지수는 3.57%, 코스닥지수는 9.14%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5일 넉 달 만에 2400선으로 내려앉은 뒤 아직 25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긴축 장기화 우려 속에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가치가 올라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외국인들에 한국증시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56.0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심화에 외국인 매물이 나오면서 코스피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스닥시장도 9거래일 연속 외국인 매도세 이어지면서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현상도 외국인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소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공급 측 유가 상승 요인과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1년 누적 순매수 간 상관계수는 -0.5%에 가까웠다. 공급 요인으로 인해 유가가 오르는 상황과 외국인의 순매수는 반대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현재 유가를 자극하는 요소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으로, 공급 문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입 비중이 높고, 외국인 자금 이탈에 취약한 국가와 주식시장일수록 공급으로 인한 유가 상승 국면에서 하락 압력을 받는다"며 "외국인은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순매도 속도를 키우고 있다. 공급으로 인한 유가 상승 요인이 정점을 통과해야 수급 관점에서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만 잦아들면 외국인들의 복귀를 이끌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의 급락세로 국내 자산의 값이 저렴해지면서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커졌다는 견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460선은 올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저점인 10.4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며 "세계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보인다면 외국인 수급 개선과 함께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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