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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깨졌다… 非현대차 출신 전면에 포진 [정의선 회장 체제 3년]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5 18:09

수정 2023.10.15 18:09

현대차 핵심인재그룹 살펴보니, 정의선號 가장 큰 변화는 인적쇄신
삼성맨이었던 장재훈 사장부터 닛산 출신 무뇨스 COO까지
능력 있는 외부인사 적극 영입
순혈주의 깨졌다… 非현대차 출신 전면에 포진 [정의선 회장 체제 3년]
"순혈주의가 사라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 3년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순혈주의 타파'를 꼽고 있다. 이른바 현대차그룹을 이끌었던 가신(家臣)그룹의 해체다. 그 자리는 현대차그룹 외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들이 대거 채웠다. 정 회장의 핵심 인재그룹으로 지목할 만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통 현대차맨보다 비현대차맨이 더 많다. 분야도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등 이종의 분야에서 활약해 온 인물들이 많다.


정 회장의 인적 쇄신은 진행형이다. 올 연말 인사 폭이 예년보다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실적이 좋았던 해에는 승진자도 많아지기 마련"이라며 "자연스레 인사 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신그룹 없다…非현대차맨 비중 '쑥'

15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14일 회장직에 오른 이후 인적쇄신을 이어왔다.

과거에는 '공채 출신'으로 대표되는 순혈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면 이제는 능력을 인정받은 외부인재 중용이 특징이다.

지난 2021년 현대차 대표이사에 오른 장재훈 사장은 '삼성맨' 출신이다. 그는 삼성그룹,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현대글로비스에 합류했고 2012년에는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을 맡아 경영 전면에 등장한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경영지원본부장과 국내사업본부장,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두각을 나타내자 2021년에는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겸 북미권역본부장 사장은 닛산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현대차에 합류했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차량 제어개발 분야 전문가로, 2015년 미국 포드에서 영입됐다. 정통 현대차맨 중에선 송호성 기아 사장과 김걸 현대차 기획조정실장 사장이 눈에 띈다. 송 사장은 현대차로 입사해 2020년 기아 대표이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작년과 올해는 사상 최대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공채 출신인 김 사장은 기획조정실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데,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측근 중 한 명이다.

■IT·SW 전문가 전진배치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을 이끌고 있는 송창현 현대차·기아 SDV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는 네이버에서 영입한 인재다. 그는 네이버랩스 최고경영자(CEO),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지난 2019년 포티투닷을 설립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기업문화 중 하나로 '전자기업의 치밀함'을 언급했는데, 이 같은 체질개선 작업을 주도하는 인물이 송 사장이다. 현대차그룹이 작년에는 아예 포티투닷을 통째로 인수한 것도 송 사장에 대한 정 회장의 무한신뢰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신재원 현대차그룹 AAM본부장 사장 겸 슈퍼널 대표이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30년간 근무한 최고 전문가다. 정 회장이 미래 핵심인 항공모빌리티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직접 영입한 인재 중 한 명이다. 이 밖에 부사장 중에선 NHN 출신 진은숙 ICT본부장, 이종수 선행기술원장, 지난해 신설된 GSO(Global Strategy Office)를 이끄는 김흥수 부사장 등의 활약도 주목되고 있다.

■고위직 줄이고 젊은 임원 발탁

정 회장의 인적쇄신은 수치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정 회장이 취임 전 수석부회장으로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한 2년을 포함, 최근 5년을 살펴보면 현대차의 전체 임원(정의선 회장·사외이사 제외) 규모는 보고서 작성일 기준 총 475명으로 2018년 상반기(283명)와 비교해 67.8% 늘었다. 하지만 정 회장 체제에서 부사장 이상 고위임원은 오히려 줄었다. 우선 그룹 내에서 부회장 직함은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유일하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차 사장·부사장 수는 32명으로 2018년(45명) 대비 28.9% 감소했다.

반대로 상무가 늘어나면서 40대 젊은 임원은 증가했다. 40대 임원은 2018년만 하더라도 20명 수준이었지만 올 상반기는 63명까지 급증했다.
가장 젊은 임원은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을 맡고 있는 박영우 상무로 1982년생이다. 여성 임원도 증가 추세다.
2018년 현대차의 여성 임원은 2명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21명으로 950% 급증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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