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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흘러내리는 태극기'를 보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3 18:30

수정 2023.10.23 18:30

[fn광장] '흘러내리는 태극기'를 보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다시는 지구적 차원의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해온 인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또 다른 중동전쟁으로 발전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두 개의 전쟁 모두 확전보다는 제한된 전쟁으로 치르려는 당사자와 주변국들의 신중함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대결은 잠재적 화약고다. 불행히도 양안전쟁으로 발전하면 한반도도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강 건너 불구경 같지 않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게다가 두 개의 전쟁을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 이슬람 강경파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진영대결이 심화되고 있고 한반도의 남북이 새로운 판짜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전쟁에서 무엇으로 승리할 수 있을까?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는 정부와 군대와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막강한 군대를 갖고 있으면 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것 같지만,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지속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준비된 군대는 국가와 국민이 명령하면 전쟁을 치르고 적을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무능하고 정치권이 분열되고 국민이 단합하지 않으면 어떤 군대도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

막강한 국력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조차도 국민의 지지는 중요하다. 미국이 베트남전 등에서 깊은 수렁에 빠지고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어 철군했던 사례가 가장 대표적인 교훈일 것이다. 국민의 과도한 신뢰도 정부가 좌표를 잃게 한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전 국민이 특공대가 되겠다는 '일억옥쇄론'이 항복할 시기를 놓치게 하여 원자폭탄 투하 등으로 많은 인명손실을 초래했다.

국민의 단합은 전쟁의 시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국가의 목표를 향하여 위대한 전진이 필요한 시기, 혹은 국가의 경제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서도 중요하다. 1945년 해방 이후 지난 80년 가까이를 회상하면 우리 국민은 때로 분열하기도 했지만 국가 목표를 향해 단합하고 헌신해왔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모든 것을 희생해 온 우리들의 어머니 그리고 그가 '기울인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윤문원)이라는 우리들의 아버지 같은 감상적인 표현이 공감대를 얻는 이유다.

근대국가를 건설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과 국방 등에 우리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냈고,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켰다. 공업화,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와 정보화의 단계 단계마다 국민들은 피와 땀으로 대한민국을 일궜다. 외환위기에는 금 모으기로 화답했다. 지금 우리들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신냉전,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에너지 전환 그리고 인구절벽이다.

얼마 전 구독자 수 212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에 '한국은 왜 망해가나'(Why Korea is Dying Out)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합계출산율의 기록적인 저하가 가져올 한국의 미래를 '흘러내리는 태극기' 섬네일에 담았다. 쿠르츠게작트는 "고령화사회에선 선출 정부가 노인 인구의 이익을 대표한다(시니어 민주주의). 이는 단기적으로 사고하는 사회, 혁신보단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걸 선호하는 사회로 이어진다. 기후변화 등의 미래 문제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게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미 20년 전부터 수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인데 아무런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단합한다면 과거에 그랬듯이 미래를 향해 갈 수도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선진국 중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의 분열, 누구의 책임인가? 국민을 분열시켜서는 어떠한 정부와 정치세력도 성공할 수 없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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