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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인질 50명 석방' 제안에… 둘로 갈라진 이스라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4 18:20

수정 2023.10.24 18:20

하마스, 석방 대가로 연료 요구
이 '군사용으로 쓸라' 불허 입장
내부선 "피랍자 구출 우선" 이견
바이든도 "풀려나야 휴전 논의"
23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납치된 가족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팻말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23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납치된 가족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팻말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2주 넘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포위중인 이스라엘군이 인질 협상 및 전선 확대 등의 문제로 지상군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 하마스, 인질로 협상 나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연이어 인질을 석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질 석방 조건으로 연료 공급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는 수백명의 인질을 가자지구로 납치했다.
하마스는 지난 20일에 미국인 모녀 2명을 석방했고 23일에는 이스라엘 여성 2명을 추가로 풀어줬다. 이스라엘군은 23일 기준으로 222명의 인질들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다고 파악했고 인질 중 약 10명은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WSJ는 현재 카타르와 이집트가 하마스와 이스라엘·미국 사이에서 인질 석방 협상을 중재중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하마스가 협상 인사들에게 최대 50명의 인질을 석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그 대가로 연료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3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인질 석방 협상에 진전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연료를 전달하는 방안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8일 이후 가자지구를 봉쇄하면서 식량과 연료, 의약품 등 대부분의 물자 반입을 차단했다. 이스라엘은 21일 이후 사흘 연속으로 국제사회의 구호물자 반입을 허가했으나 연료는 허용하지 않았다.

유엔은 가자지구내의 연료 비축량이 앞으로 이틀이면 고갈될 것이라면서, 연료가 없으면 식수 공급을 위한 담수화 시설을 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빵을 굽지 못하고 병원 가동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구호 용도로 공급한 연료를 군사용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기 전까지 연료 공급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일단 인질부터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총리실 건물 밖에서는 연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 및 정치 단체들의 시위가 계속되었다. 피랍자 가족들은 22일 이삭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 인질 구출을 요구했다.

■ 지상전 강행하기 어려워

앞서 이스엘군은 14~15일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상군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들은 지상군 투입이 지연되면서 이스라엘 내부에 갈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3자 간에 "긴밀하고 완전한 협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한 인질들의 안전, 레바논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가자지구 사태를 노려 북쪽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으로 인해 지상 작전 개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이 지난 수년에 걸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보안 업무만 담당한 탓에 본격적인 공세 작전에 투입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FT에 "미국을 포함해 인질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나라는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인질 구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며 미국은 이러한 견해를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네타냐후와 통화에서 인질 석방을 환영한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성명에서 바이든이 네타냐후에게 "하마스에 억류된 나머지 모든 인질의 석방과 가자지구 내 미국 시민과 다른 민간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같은날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임시 휴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며 "그리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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