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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독서의 계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5 18:33

수정 2023.10.25 18:33

[fn광장] 독서의 계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이렇게 말하면 고리타분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1993년부터 2년에 한 번씩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실시하는데, 가장 최근인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독서량은 4.5권이었다. 조사 내용은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 등 독서의 범위를 확대하여 모두 포함한 결과로 종이책만 보면 2.7권이었다. 성인 독서량은 2013년(평균 9.2권) 이후로 최근 10년 동안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전자책, 오디오북 등 종이책 이외에 좀 더 편리한 매체가 생겼음에도 독서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과들은 독서의 계절 운운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태의연한 태도처럼 보이게 한다. 그렇지만 실태조사 결과를 좀 더 밀도 있게 들여다보면 독서량 감소에 비하면 독서시간 감소는 크지 않았고, 독서량 4.5권이라는 수치는 성인 100명 중 1년간 1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52명이며 1권 이상 읽은 48명은 평균 9.5권을 읽었다는 것이다.
독서량 감소에서 독서를 아예 하지 않는 사람 비율이 높아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을 '비독자(non-book reader)'라고 하는데, 비독자란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비독자들은 독서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길 의지는 부족한 '생각 따로 행동 따로' 상태이며, 이를 심리학 용어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한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하면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생각을 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독자들은 독서의 장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6.5%), '책 이외의 매체·콘텐츠 이용 때문에(스마트폰·텔레비전·영화·게임 등)'(26.2%), '책 읽는 것이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9.7%)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생각을 조정하고 책 읽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독서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즐기면 아이디어와 지식의 확장으로 인적 자본이 증가하고 국가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독서는 문화적 이해와 소통을 촉진하며, 국가 간의 문화적 상호 이해를 증가시켜 국제관계와 국제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국민의 독서가 중요하다면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그 현상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말고 독서량 감소의 원인을 분석하고 독자들이 책을 더 많이 읽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비독자들이 책을 읽도록 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독서를 위한 환경은 매우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책바다(국가상호대차서비스)'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가입한 도서관에 원하는 자료가 없는 경우에 협약을 맺은 다른 도서관에 신청하여 소장자료를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책을 읽겠다는 사람, 독자를 위해서는 감탄이 나오는 공공서비스이다.

독서 분야의 공공서비스들은 부익부빈익빈처럼 계속 책을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유용하지만 도서관을 찾지 않고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에게는 무용한 제도이다. 비독자의 독서 의지를 근본적으로 고취하기 위해서는 독자와 비독자를 구분하여 비독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비독자는 대학 입시를 거쳐 취업을 하고 나면 모든 독서능력의 발달이 끝난 것으로 인식한다. 그렇지만 독서능력은 평생에 걸쳐 발달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그 능력이 떨어진다.
비독자를 위한 찾아가는 독서 프로그램이나 독서 인센티브 같은 제도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소영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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