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영웅놀이' 좋아하는 머스크..인도주의 앞세워도 결국은 '전쟁 플레이어' 우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30 09:49

수정 2023.10.30 09:51

통신망 끊긴 가자지구에 '스타링크' 제공
이스라엘 “모든 수단 이용 맞설 것” 반발


일론머스크(왼쪽). 지난 9월 21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뉴스1
일론머스크(왼쪽). 지난 9월 21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뉴스1

[파이낸셜뉴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터넷과 통신망이 끊긴 가자지구에 자사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지상에 대규모 기지국망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기존 인터넷과 다르게, 스타링크는 약 4㎏ 무게 위성 단말기만 있으면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스타링크 단말기가 하마스에 흘러가게 된다면, 이스라엘의 전쟁 전략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라는 개인이 전쟁에 영향을 미치는 '초권력자’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영웅놀이’를 좋아하는 머스크가 인도주의적 의도를 앞세워도 결국은 전쟁 판도를 바꾸는 ‘전쟁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머스크는 X(옛 트위터) 계정에 “스타링크는 가자지구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구호 단체들의 (인터넷·통신) 연결을 도울 것”이라고 썼다.



해당 게시글은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통신을 차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올린 게시물에 대한 답이었다.

머스크의 글은 게시된 지 18시간 만에 11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15만개의 ‘좋아요’를 얻었다. 다만 머스크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가자에 스타링크를 도입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 가자지구의 인터넷과 통신망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서비스 대부분이 중단돼 가족끼리 생사 확인이 안 되고 구급 차량의 부상자 후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위성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머스크의 한마디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은 모두 분주해졌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스타링크와 위성 인터넷 도입에 대해 의논 중”이며 “장비를 가자지구로 들여오기 위해 이집트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하마스가 스타링크를 테러에 쓸 것이 분명하고, 머스크도 이를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을 석방한다는 조건을 걸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스타링크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했다.


이에 머스크는 “우리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며 “가자지구에서 스타링크가 연결된다면, 오직 인도주의적 이유로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공격으로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지원해 위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해군 함정을 공격하기 위해 스타링크 지원을 요청했을 당시 위성 통신망을 차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