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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끝낸 中, APEC 전에 국제행사 '줄줄이' 세력 과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6 10:14

수정 2023.11.06 10:14

-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호주, 한국 등 美 반중국 동참 국가의 기업들 대거 참여
- 세계최고과학자포럼, 금융거리포럼, 세계 인터넷 회의, 에너지 저장 대회 등 11월 개최
2023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사진=신화사 연합뉴스
2023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사진=신화사 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국가 주석의 핵심 대외 확장 전략인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포럼을 끝낸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전에 국제행사를 줄줄이 개최하며 세력 과시에 나선다. 호주 총리는 7년 만에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회담을 갖고, 한국도 일부 행사에 참석한다.

6일 중국 당국과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상하이에서 ‘제6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가 열리고 있다. CIIE는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 중국수출입박람회와 함께 중국 3대 대외 개방 전시회로 꼽힌다. CIIE의 완전한 오프라인 행사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세계 15대 완성차 브랜드, 10대 산업전기 기업, 10대 의료기기 기업, 3대 광업기업, 4대 곡물기업, 5대 해운사가 모두 참석한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130여개국에서 3400여개 기업이 400개 이상의 신제품, 신기술, 새로운 서비스를 전시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대규모 기업 군단을 이끌고 직접 중국을 찾았다. 그는 CIIE 개막실 연설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호주는 중국과 계속해서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호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즈음부터 중국과 관계가 틀어졌다. 호주는 2018년 미국의 요청에 발맞춰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고, 2020년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 지지를 촉구했다. 2021년엔 중국을 견제하려던 미국, 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 3자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를 결성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보리,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법으로 맞불을 놓으며 보복했다.

호주·중국 관계 개선은 미국·중국의 소통·대화 시도와 시기가 유사하다. 띠라서 호주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보폭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선 대중국 포위망이 한층 느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7일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양국 논의 테이블에는 호주산 와인, 쇠고기, 랍스터에 대한 중국의 수출 금지 조치 해제,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호주의 지지, 간첩 혐의로 중국에 구금된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의 석방 등 의제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역대 최대 규모인 212개 기업이 CIIE에 참가한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다. 한국 역시 호주처럼 미중 갈등 이후 미국에 기울여진 외교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은 또 6일부터 8일까지 상하이에서 ‘제6회 세계최고과학자포럼’을 연다. 이 행사는 노벨상, 울프상, 래스커상, 튜링상 등 글로벌 수상자들을 초청해 인류가 직면한 과제와 과학기술 성과,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한다. 올해는 노벨상 수상자 27명 등이 참여했다.

8~10일 베이징에선 ‘더 나은 중국, 더 나은 세계-금융 개방과 협력 강화, 경제 공유와 상생 촉진’을 주제로 ‘2023 금융거리포럼 연차 총회’를 개최한다. 주최 측은 세계 30여개 국가·지역에서 400여명이 초대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저장성 우전에서 ‘2023 세계 인터넷 회의’, 푸젠성 닝더시에선 ‘2023 세계 에너지 저장 대회’가 준비돼 있다.

10~11일 광저우에선 ‘중국 집적회로 설계 산업 2023년 연례회의 및 광저우 집적회로 산업 혁신 포럼’을 개최한다.

공교롭게 이들 행사의 공통점 중 하나는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이전으로 시기가 잡혀 있다는 점이다. 시 주석이 APEC을 계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전에 세력을 과시하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시 주석은 CIIE에 보낸 서한을 통해 “세계 경제 회복의 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국은 동주공제(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너다)하고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높은 수준의 개방을 확고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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