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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넘어 'K플랫폼' 쏟아지길 [기자수첩]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9 16:16

수정 2023.11.16 10:59

'K콘텐츠' 넘어 'K플랫폼' 쏟아지길 [기자수첩]
[파이낸셜뉴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하고 BTS(방탄소년단)가 빌보드차트 1위를 해서 국뽕에 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합니다. 넷플릭스를 만드는 나라가 됐어야죠."
유현준 교수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유 교수가 선진국의 조건을 설명하면서 던진 말이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혹한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국내 시장에 전하는 의미가 크다.

대중은 좋은 콘텐츠에 열광하지만 그 위에 군림하는 것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성공 조건이 좋은 콘텐츠라는 점에서 서로에게 상생적인 측면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그 둘 사이 협상력 또는 장악력은 플랫폼이 우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이가 많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플랫폼의 영향력은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부가가치 창출 규모도 더 크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몇 안 되는 자국 플랫폼을 갖고 있는 나라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이 자국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플랫폼'이 있다는 게 자긍심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과 같은 기술패권시대에서 국내 IT 기업들이 좀 더 '퍼스트 무버'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한국의 IT는 퍼스트 무버보단 '패스트 팔로워'에 더 가까웠다. 토종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는 비디오 대여 사업을 인터넷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넷플릭스의 꽁무니를 쫓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최근 한 교수는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플랫폼 회사들은 제조업과 다르게 수출, 해외진출에 소극적이었다. 그게 패착이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내수 위주의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을 필두로 남미, 일본, 유럽 등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으며, 현지화를 위해 인수합병(M&A) 등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기술력 위주가 아닌 콘텐츠 위주의 전략인 점은 다소 아쉽다.

올해 IT 업계를 강타한 인공지능(AI)을 '터닝포인트'로 업계는 인식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빅테크와의 자본·기술 격차 장벽도 만만치 않지만,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 주권 등을 내세워 유럽, 동남아와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SK텔레콤의 에이닷(A.), KT의 믿음 등 연내 발표된 다양한 AI 기술이 '보여주기식' 변죽으로 머물지 않고 우리 플랫폼에도 'K'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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