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화학공장을 미생물 세포공장이 대체한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9 15:24

수정 2023.11.09 15:24

KAIST,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아이브릿지' 개발
최고 농도 화학 원료 생산하는 공정 구축 가능해져
미생물. 게티이미지 제공
미생물.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상엽 특훈교수팀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 등을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 공장용 컴퓨터 시뮬레인션 프로그램 '아이브릿지(iBridge)'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화장품에서 보습제 역할을 하는 판테놀, 나일론의 원료인 퓨트레신, 항균성 식품첨가제인 4-하이드록시페닐젖산 등을 세계 최고 농도로 이들 화합물을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이 향후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심각한 석유화학 공장 대신 미생물 세포 공장을 구축해 다양한 화학제품 원료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9일 KAIST에 따르면, 미생물 세포공장에 쓰일 미생물을 개량하기 위해선 미생물이 가진 유전자들의 발현을 증폭 또는 억제해 유용한 화합물을 생산하도록 미생물 대사 메커니즘을 개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유전자를 증폭하고 억제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난제로 남아있다.

연구진은 일일이 실험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유용한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의 유전자 개량 방법에 대해 주목, 아이브릿지를 개발했다.
아이브릿지를 통해 화장품 보습제와 나일론, 항균성 식품첨가제 원료를 만들어내는 대장균 미생물 공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KAIST 이영준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니 여러 가지 미생물 공장들이 기존방법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구축됐다"며 "더 다양한 유용한 화합물들을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들이 이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이 외에도 산업적으로 유용한 화합물 298 여종의 미생물 공장을 구축하기 위한 과발현 및 억제 유전자들을 예측해 제시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시스템 대사공학은 현재 우리가 해결해야 할 기후변화문제에 접근하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이 시뮬레이션은 기존의 화학 공장을 친환경 미생물 공장으로 대체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엽 특훈교수는 생물공정연구센터 김원준·이영준 박사, 생명화학공학과 김현욱 교수와 함께 아이브릿지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셀(Cell)'이 발행하는 '셀 시스템즈(Cell System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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