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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첫 생산물량 축소 논란… K-방산 ‘수출 날갯짓’ 꺾이나[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3 07:00

수정 2023.11.13 08:21

"KF-21 초도 물량 40대 → 20대 줄여야"
한국국방연구원 사업타당성조사 결과 발표
성공 가능성 적고 기술 완성도 미성숙 이유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방위사업청 제공

지난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 국산 전투기 KF-21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 국산 전투기 KF-21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9일 경남 사천 활주로에서 KF-21 보라매는 활주로를 질주하다 가볍고 날렵하게 이륙하는 역사적인 첫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최근 KF-21 보라매 사업과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초도 생산물량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사업타당성조사가 나와 군 안팎과 산업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일치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초도물량이 감소한다면 전력 지연은 물론 관련 협력업체의 시설 선투자 및 생산라인 유지에 따른 악영향이 확산할 우려와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일각에선 국책연구기관에서 약 20조원 규모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언급해 KF-21뿐 아니라 상승세에 오른 K-방산 전체의 국제 신인도를 스스로 깎아내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수많은 우려와 반대를 극복한 '대한민국의 전설' KF-21

KF-21 보라매 사업은 사실상 2010년 1월 탐색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작돼 2021년 4월 9일 시제 1호기가 출고되기까지 KAI(한국항공우주산업)를 비롯한 담당자들은 과거 수년간 오랜 비판에 직면해 왔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물론 국방관련 연구기관까지 나서서 사업 불가론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다.

2021년 4월 6일 자 국내 모 유력 언론의 한 기사 제목은 이랬다. "KF-X 시제기 출고 임박…결사반대했던 그때 그 사람들" 부제에선 "文 대통령도 비판, 기재부, 한국국방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반대" 기사를 작성한 시점에서 과거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 회의적이거나 등을 돌리고 반대했던 사례를 담은 기사였다.

개발 초기 국회에선 예산을 승인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놨고 새로운 전투기를 만드는 것은 돈도 너무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며 한국형 전투기 사업 백지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KF-21은 시제 6호기까지 출고했으며 올해 1월엔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고, AESA 레이더 탑재 비행시험도 통과했다. 야간 비행도 확인했고, Meteor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AIM-2000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무장 분리, 공중 기총발사까지 테스트를 끝냈다. 전투기가 반드시 갖춰야 할 공격 및 탐지 능력까지 검증 완료하며 세계 전투기 개발 사상 이례적으로 별다른 문제점 노출 없이 스케줄에 맞춰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 KF-21은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까지 획득하면서 본격 양산까지 한 발 더 다가섰다.

이제 KF-21은 대한민국 특유의 강인한 DNA가 낳은 헌신과 몰입으로 많은 반대와 우려를 극복한 기적같은 '대한민국의 전설'로 자리매김 중이다.

■KIDA 사업타당성 평가로 날개 꺾일 위기에 처한 KF-21

그런데 이제 막 날아오르려던 KF-21의 날개가 꺾일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관련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진다.

방사청 등 관계당국은 오는 2026~28년 기간 KF-21 전투기 40대를 초도 생산한 뒤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 양산해 총 120대를 공군에 인도한다는 계획하에 개발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공군·방사청 등의 비공개 토론회에선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조사 (잠정) 결론이 'KF-21의 초도 생산물량을 당초 계획했던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KIDA 측은 KF-21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같은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관계 당국은 초도 양산 40대 기준으로 KF-21의 1대당 가격이 88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산해 왔다.

관련 전문가들은 물량이 20대로 줄어들 경우 "미국산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의 대당 가격 946억원 수준인 것에 비해 KF-21의 가격이 1000억원대로 역전되면서 향후 수출에도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KF-21이 앞으로 F-4·5 등 우리 공군의 노후 전투기들을 대체할 기종임을 감안할 때 생산량이 줄고 후속물량 결정이 늦어질 경우 전력화 지연 및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체계개발업체인 KAI와 700여 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도 시설 선투자 및 생산라인 유지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과 유휴인력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방사청·공군 모두 당초 계획했던 40대 유지 입장

이에 엄동환 방위사업청장도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초도 생산 물량에 대해 당초 계획했던 40대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엄 청장은 이달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공군과 방사청, (체계개발) 업체, 그리고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이들이 현재의 양산 계획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방산업계의 관계자도 "KF-21 개발은 공군 전력 강화와 국내 항공산업 발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추진됐다"며 "초도 생산 물량 축소는 노후화된 F-4·F-5의 빠른 대체를 기다리는 공군과 묵묵히 개발에 매진해 온 항공산업계에 모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KIDA의 KF-21 관련 사업타당성조사 잠정 결론에 대해 "국방부·방사청·공군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엄 청장의 견해에 힘을 실어줬다.

전문가 일각에선 "어렵게 개발한 KF-21을 두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산업 생태계를 흔들면서 사업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는 거센 비판마저 나온다.


현재 국회 국방위원들 사이에선 "KF-21 초도 생산 물량 감축에 따른 전력 공백 및 가격 경쟁력 저하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어 향후 관련 정책 방향 및 예산 반영액 결정과정과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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