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상상도 못 했다" AI 업계 재편 예고, 오픈AI 올트먼 해고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9 03:03

수정 2023.11.19 13:49

[파이낸셜뉴스]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해고 결정은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모를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해고 직전인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CEO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해고 결정은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모를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해고 직전인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CEO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해고 발표 수 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이하 현지시간) 오픈AI가 지난 17일 창업자 그룹 핵심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축출한 과정이 전광석화 같았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오픈AI에 11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최대 지원 세력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해고가 결정돼 보도가 된 뒤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고, 언론 보도 내용 외에는 따로 들은 것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창업그룹 가운데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올트먼 축출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올트먼이 쫓겨난 상세한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오픈AI는 올트먼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해고 사유로 들었을 뿐이다.

올트먼이 전격 해고된 가운데 벤처 업계는 올트먼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 구글 CEO 출신인 에릭 슈미트 등이 모두 올트먼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3를 지난해 들고 나와 전세계에 AI 붐을 일으켰던 오픈AI가 내분으로 흔들리면서 AI 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상회의 30분 만에 해고 결정

FT에 따르면 올트먼 CEO 해고 결정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보도를 통해 이사회가 올트먼을 해고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까지 그 누구도 낌새조차 채지 못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올트먼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아시아 정상들을 상대로 오픈AI 대표로 AI에 관해 강연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픈AI의 반란은 17일 오전 조짐이 보이기는 했다. 수츠케버, 올트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오픈AI 공동창업자인 그레그 브로크먼 사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해임된 것이다.

이사회는 브로크먼이 회사를 떠는 것은 아니라며 사장 자리를 지속해 새로 CEO가 된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마이라 무라티를 보좌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브로크먼은 더 이상 오픈AI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브로크먼은 이번 올트먼 축출은 수츠케버가 나머지 이사 3명과 함께 공모한 것으로 화상회의로 불과 30분 토론 끝에 올트먼 해고 결정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MS도 몰랐다

오픈AI에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연초에는 110억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한 MS는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됐다.

최대 투자자이지만 올트먼 축출과 관련해 사전에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고, 결정이 난 뒤에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 외에는 전달받은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티야 나델라 CEO는 애써 당혹감을 감추고 오픈AI와 지속적인 협력 속에 앞으로도 관련 기술에 완전히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도부 전면 교체와 내분 속에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MS는 올트먼의 갑작스러운 축출로 오픈AI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새 진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MS 주가는 17일 장 마감 직전 발표된 올트먼 축출 여파로 1.7% 하락한 369.85달러로 미끄러졌다. MS는 AI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가장 탁월한 사업모델을 갖춘 업체로 주목받으며 전날 사상 최고가를 찍었지만 올트먼 축출과 오픈AI 내분 속에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AI, 올트먼·브로크먼 중심으로 재편되나

AI 업계가 이번에 축출된 오픈AI 공동창업자 올트먼과 브로크먼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픈A는 브로크먼의 아파트에서 수츠케버, 올트먼, 머스크 등이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스타트업이다.

올트먼과 브로크먼이 다시 새로운 AI 스타트업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유명 인사들 상당수는 올트먼과 브로크먼 편이다.

슈미트 전구글 CEO는 X에 올린 트윗에서 올트먼이 "무(無)에서 900억달러짜리 기업을 일으켰다"고 칭송하고 "그의 다음 행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AI 소수지분을 갖고 있는 벤처캐피털업체 세콰이어의 앨프레드 린 파트너는 브로크먼이 스타트업을 만들면 오픈AI 지분보다도 더 많이 투자할 생각임을 밝혔다.

맥쿼리의 프레드 해브마이어 애널리스트는 올트먼이 "앞으로도 계속 소프트웨어와 AI 시장의 향배를 좌우하는 핵심 인물로 남을 것"이라면서 오픈AI에서 인력들이 빠져나와 올트먼을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오픈AI는 직원에 메모 발송

오픈AI는 18일 올트먼 CEO 해고 뒤 흔들리는 직원들을 다잡기 위해 직원들에게 메모를 발송했다.

CNBC는 오픈AI가 브래드 라이트캡 최고운영책임자(COO) 명의의 메모를 통해 올트먼 CEO 해고와 관련한 간략한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메모에서 라이트캡 COO는 "이사회 결정이 어떤 부정이나 회사의 재무, 사업, 안전성, 또는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며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올트먼이 CEO에서 보직 해임된 것은 당시 이사회 발표처럼 올트먼과 이사회간 '소통 단절'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캡은 이어 자사 보유 기술을 모두 공유하는 최대 협력사 마이크로소프트(MS)와 관계 역시 아무런 변함이 없다면서 오픈AI는 앞으로도 탄탄한 기업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