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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상징 美 50달러 지폐, 지난해 사상최대 7.5억장 발행..이유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9 07:35

수정 2023.11.19 07:35

[파이낸셜뉴스]
미국 50달러 지폐. 자료: 미 화폐교육프로그램
미국 50달러 지폐. 자료: 미 화폐교육프로그램


말년에 파산한 미국의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S 그랜트 대통령 초상이 들어가 있어 불행 징크스가 있는 지폐인 50달러짜리 지폐가 지난해 사상최대 규모인 7억5000만장 이상 발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인들 상당수가 꺼리는 이 인기 없는 지폐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여파로 쓰임새가 많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CNN은 전했다.

사상최대 규모 발행


CNN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산하의 연방조폐국(BEP)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정부가 찍어낸 50달러 지폐가 모두 7억5609만6000장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 40여년 사이 연간 발행 규모로는 최대다.

금액으로는 약 378억달러 수준이다. KFC, 피자헛, 타코벨 등을 거느린 염브랜즈 시가총액 353억달러보다 많다.


불행 징크스


50달러 지폐는 미국에서는 불행의 상징이다. 말년에 파산해 빈곤하게 생활한 그랜트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 있어 많은 이들이 갖고 있기를 꺼린다.

특히 미신이 성행하는 도박사들과 카지노들 사이에서 50달러 지폐는 금기에 속한다. 라스베이거스 투자자이자 마피아였던 벅시 시걸이 사망하던 당시 50달러짜리 지폐만 지갑에 있었다는 소문도 한 몫 했다.

2010년에는 패트릭 맥헨리(공화·노스캐롤라이나) 당시 하원 의원이 그랜트 대통령 초상을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고 나설 정도였다.

팬데믹이 시발점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인 원인도 아니다. 50달러짜리를 들고 시장에 나가야 예전에 20달러 역할을 한다는 심리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 때문이 아니다.

연준에 따르면 이유는 따로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방아쇠를 당겼다.

연준은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말 그대로 돈을 집에 쌓아 두기 시작했고, 보관이 간편한 고액권이 인기를 끌면서 50달러 지폐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2021년 7월 보고서에서 2022년 지폐 발행 주문물량은 팬데믹 영향을 지대하게 받고 있다면서 지폐 수요가 전례없이 높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도 보고서에서 미국인들이 지갑, 자동차, 집을 비롯해 곳곳에 돈을 더 많이 쌓아 두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 따른 불안감이 50달러 수요 폭증 불러


팬데믹 당시까지만 해도 수년간 50달러 지폐 발행 주문은 드물었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50달러 지폐 발행 주문이 폭증했다. 20달러 지폐와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10달러, 5달러 지폐보다도 많았다.

50달러 이상 고액권은 유통이 잘 안 된다.

사람들은 5달러나 20달러짜리 지폐와 헛갈려 이를 꺼리고, 일반 가게에서는 위조지폐 가능성 때문에 20달러가 넘는 고액권은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50달러 고액권을 쌓아 두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경제적, 지정학적 불확실성 2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본능적으로 불편해지고, 현금을 모아두기 시작한다. 통신두절 등으로 은행에 넣어 둔 돈을 쓸 수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한 이유다.


이때문에 미국인들이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일이 줄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보관하는 현금 규모는 팬데믹 이전보다 늘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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