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또 먹통되면 어쩌나" 불안한 시민들… 시스템 간소화 시급 [전자정부 초유의 셧다운]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9 18:31

수정 2023.11.19 21:26

행정전산망 사흘 만에 정상화
301개 기관 1만여종 시스템 연계
시스템 복잡·노후에도 유지관리만
수요 몰릴 경우 전산 과부하 우려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나흘 만에 '시도 새올행정시스템' 장애 원인을 파악해 정상화 중이지만 향후 유사장애를 겪지 않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 듯이 연계된 시스템을 간소화하고 보안점검 절차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이 20일 복구되더라도 지난 17일 밀렸던 전산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전산 과부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1개 기관 1만여종 시스템 연계

19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행정전자서명(GPKI)인증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하고 정상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PKI인증시스템 서버 등을 모두 점검한 결과 시스템의 네트워크 장비 중 하나인 'L4 스위치'의 이상을 발견, 이를 새벽에 교체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네트워크 주요 장비인 L4 스위치는 서버를 통해 오가는 트래픽 과부하를 분산시켜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디도스(DDos) 공격이 이뤄질 경우 이를 원천 차단하는 기능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당장 수요가 몰리는 20일이다. 정부의 안정화 테스트는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20일에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날 정부 행정전산망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이 있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정보관리원)에는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100여명이 투입돼 복구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정부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시스템 전반의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시스템의 복잡성이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스템 노후화가 지속됐지만 지난 1998년 1단계 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 시군구 행정정보화 고도화 이후 유지관리가 계속돼 14년간 사실상 시스템 유지관리만 이어져오고 있는 셈이다. 시스템의 노후화와 복잡도는 계속 증가했지만 상황에 걸맞은 적절한 업데이트는 못했다는 얘기다. 지방행정공통시스템은 전국 지자체에 분산운영 중인 공통 인프라에 시도 새올, 지방재정, 주민등록 등을 탑재해 통합관리되고 있다. 다른 시스템 연계의 경우 더 복잡하다. 중앙부처, 유관기관 등 301개 기관 1만245종 시스템이 연계돼 있으며 연계 발생건수는 2019년 통계로 5억4000만건에 이른다.

■"등본, 확정일자 또 안 되면 어쩌나"

20일 일과시간이 시작되면 민원업무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난 17일 장애를 겪었던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추가 전산장애를 우려한 사람들도 주중에 보려던 민원업무를 20일부터 볼 가능성까지 있다. 정상적 시스템이라도 부하가 한꺼번에 몰리면 시스템이 셧다운되거나 지연 또는 오류가 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방 공무원들은 주말에도 긴급출근해 시스템을 점검했다. 경기 지방 행정직 공무원 A씨(30)는 지난 18일 토요일 오후 7시30분께 출근했다. 출근해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만 하라는 지시를 받은 A씨는 30분간 시스템을 확인해 보고한 후 오후 8시께 퇴근했다. A씨는 "18일 보고할 때만 해도 건축물대장 시스템 하나를 제외하고 거의 다 고쳐진 상태였다"며 "다만 불안정한 상태여서 제대로 고쳐지지 않는다면 민원인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킬까 두렵다"고 말했다.
강원 지방 행정직 공무원 B씨(30) 또한 19일 출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프로그램 테스트를 했다. 그는 "지금 테스트를 해본 결과 네트워크는 안정을 찾은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월요일에 민원이 쏟아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모씨(30)는 "아현동 KT 통신장애 사태, 카카오톡 데이터센터 화재, 북한 비행체 경보 당시 네이버 서버가 터졌던 사건이 생각난다"면서 "만약 나의 세무·행정 정보가 다 하나로 모여 있는 행안부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다면 일반 사기업에 대한 신뢰도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게 국가에 대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ktitk@fnnews.com 김태경 노유정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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