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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순방은 국익과 직결… 편협한 잣대로 재단 말아야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0 18:35

수정 2023.11.20 18:35

[테헤란로] 순방은 국익과 직결… 편협한 잣대로 재단 말아야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에서 중동 3개국 순방 성과로 무기수출 성공을 제시하자 대통령 순방과 관계없이 체결된 계약이란 비판이 일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말 섭섭한 얘기"라고 반박했었다. 대규모 수출실적에도 문재인 정부가 한 게 없다는 지적에 고위 관계자는 "실패한 정부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불순한 시도"라고 발끈했다.

시간이 흘러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에선 순방예산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순방을 통해 54억달러(약 7조원)라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일축했다. 구체적인 수치로 반박한 핵심 관계자는 "조금 순방비용이 든다고 해서 이런 투자유치 활동을 멈추면 오히려 국가적 손해"라면서 순방을 통한 결과물에 자신감을 표했다.


대통령의 순방을 놓고 서로 물어뜯는 것은 여야를 불문하고 공수만 바뀔 뿐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대통령 순방예산 규모가 적절한지, 순방에서 성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이견은 극명하다. 어제 공격했던 진영이 오늘은 수비 진영으로 변경됐을 뿐 싸우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정치권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순방은 국익과 직결되는 다른 콘텐츠다.

단순히 공수가 바뀌었다고 물어뜯는 데 집중할 소재가 아님을 정치권은 이제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외국에서 망신당하고 실수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수를 덮어주자는 것도 아니다. 성과를 거뒀으면 적어도 깎아내리는 것은 하지 말고, 잘한 것은 잘했다고 북돋아주는 일이 필요한 게 순방이다.

1분 1초를 쪼개면서 활동하는 정상외교는 국익과 직결된다. 순방 가는 곳도 하나하나의 의미가 담겨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역대 어느 순방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순방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 기업인들과 같은 수많은 실무진이 있다.

이들의 노고를 바탕으로 역대 대통령들은 큰 방향에서 물꼬를 트기 위해 정상외교를 펼쳐왔다.

대통령 결정에 국익 여부가 결정된다.
세금을 들여 전용기를 투입해 대통령의 순방을 지원하는 것은 국익을 챙기라는 의미가 크다. 단순히 대통령으로 대접을 받고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국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순방에 대해 정권을 막론하고 편협한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자제할 때가 됐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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