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北 3번째 인공위성 궤도 진입, 러시아 도움 받았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3 11:01

수정 2023.11.23 11:01

美 당국, 21일 발사된 '만리경 1호'의 궤도 진입 확인
北의 3번째 인공위성, 올해 3번의 시도 끝에 발사 성공
실제 작동 여부는 아직 몰라
러시아의 지원 여부 알 수 없어, 자체 기술에 무게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21일 군사 정찰 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천리마 1형'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뉴스1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21일 군사 정찰 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천리마 1형'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지난 21일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에 안착했다고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 없이 위성을 발사했다고 분석했다.

北 3번째 인공위성 궤도 진입
미국 매체 미국의소리(VOA)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미 우주군 소속 제18우주방위대가 운영하는 위성 추적 웹사이트 ‘스페이스 트래커’를 인용해 북한의 ‘만리경 1호’가 지구 궤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스페이스 트래커는 만리경 1호에 위성번호(SATCAT) 58400, 인공위성 식별번호(COSPAR ID) 2023-179A를 부여했다.
위성 번호는 미 우주군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에 부여하는 번호이며 인공위성 식별 번호는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가 관리하는 전 세계 인공위성의 일련번호다. 만리경 1호에 위성번호와 식별번호가 모두 붙었다는 것은 미국이 만리경 1호를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식별번호에 의하면 만리경 1호는 올해 179번째로 발사된 위성이다. 스페이스 트래커는 만리경 1호의 고도를 493km~512km 사이로 측정했으며 이는 저궤도 위성(고도 200~2000km) 범위에 해당한다.

북한은 과거 2012년 ‘은하 3호’ 로켓에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을 실어 발사했으며 해당 위성은 북한 역사상 최초로 지구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북한은 2016년에도 ‘광명성 4호’ 위성을 ‘광명성호’ 로켓에 탑재해 지구 궤도에 올렸다.

그러나 두 위성 모두 지구와 교신이 없어 제대로 작동 하지 않는 위성으로 분류되었다. 광명성 4호는 지난 7월 지구로 낙하해 소멸했고 광명성 3호 2호기도 지난 9월 지구로 떨어져 사라졌다.

북한은 체제 선전용으로 발사했던 위성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올해 들어 꾸준히 새 위성 발사에 매달렸다. 지난 5월에 ‘천리마 1형’, 8월에는 ‘천리마 1형 개량형’ 로켓에 만리경 1호 위성을 실어 발사했으나 두 로켓 모두 발사에 실패했다. 북한의 만리경 1호는 지난 21일 발사에서 겨우 지구 궤도에 진입했으나 작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북한은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만 위성과 교신하고 사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인공위성이 정상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하여 인공위성 발사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뉴시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하여 인공위성 발사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뉴시스

러시아 도움 여부에 주목, 자체 기술 가능성
외신들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 여부에 주목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외신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과 무기를 제공하는 대신 러시아의 위성 기술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추정했다.

22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엘런 김 선임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이번 발사가 "러시아 도움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김정은이 지난 9월 푸틴에게 원하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며 "북한의 두 차례 앞선 시도가 실패한 것은 러시아의 지원과 발사 결과 사이에 강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 국무부에서 과거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지냈던 반 밴 디펜은 VOA를 통해 “이번 발사에 러시아 기술이 추가로 사용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과 푸틴이 러시아에서 만난 시점부터 지금까지 러시아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밴 디펜은 “지난번 발사와 이번 발사 사이에 큰 변화는 없었을 것 같다”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과거 기록을 보면 러시아 과학자들의 조언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CSIS의 마사오 달그렌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연구원도 “북한의 모든 기술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것이라고 가정하면 안 된다”며 북한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 조셉 뎀시 연구원은 “북한이 오랜 기간 우주 발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고, 꾸준히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월 발사 실패가 5월보다는 성공적이었다며 북한이 외부 지원없이 3번째 발사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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