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日 필리핀 이모는 육아 안해"...韓은 집안일까지 시키니 '시큰둥'?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3 14:55

수정 2023.11.23 14:55

['가깝지만 먼' 일본식 가사관리사]
"프라이버시 지켜줘 인기"
일본 파소나그룹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쿠라시니티) 부서장 후미코 타무라씨(사진)가 지난 17일 도쿄도(東京都) 미나토구(港区) 자사 세미나실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일본 파소나그룹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쿠라시니티) 부서장 후미코 타무라씨(사진)가 지난 17일 도쿄도(東京都) 미나토구(港区) 자사 세미나실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도쿄(일본)=김현철 기자】 정부가 벤치마킹 하고 있는 '일본식' 외국인 가사관리사(도우미)는 단순 집안일(house helper)과 육아를 하는 아이돌보미 역할을 따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본인이 가사와 육아 모두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도움을 받으려면 집안일, 육아 근로자를 각각 이용해야 하는 식이다.

우리 정부는 연말까지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을 서울에 시범 도입하려 했지만 이런 이유가 걸림돌이 돼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 부모들은 육아와 집안일 모두 맡길 수 있는 가사관리사를 희망해서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인재파견업체 파소나. 후미코 다무라 파소나 가사관리사(쿠라시니티) 부장은 이날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현재 우리가 고용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총 55명으로 모두 필리핀 출신"이라며 "육아나 간병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소나가 제공하는 외국인 가사서비스는 요리·세탁·청소 등 가사로 제한돼 있다. 아이돌보미 업체는 따로 영업 중이다. 후미코 부장은 "일본에서도 30대 여성 노동자 고용률이 낮아지는 M커브 현상이 나타난다"며 "여성을 노동시장에 재진입시킬 때 문제 되는 것 중 하나가 집안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육아와 가사를 모두 맡길 수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하려는 중이다. 이때문에 고용노동부는 올해 계획 중인 시범사업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출국에서는 자국의 노동자들이 육아와 가사 중 한가지만 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사업허가를 받은 업체는 6곳이다. 이 중 1개 업체만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파소나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국적은 필리핀이 가장 많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다양하다. 필리핀 출신이 가장 많은 이유는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수준 높은 자격증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월급은 공제되는 기숙사·관리비를 합하면 내국인 관리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사서비스 이용료는 국적과 무관하게 시간당 4290엔(약 3만7500원)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만큼 주로 세대 소득이 1000만엔(8700만원) 이상인 부유층이 이용한다고 파소나 관계자는 귀띔했다.

비용이 같지만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인을 고용하는 것 보다 프라이버시가 더 잘 지켜진다고 했다. 파소나의 경우 코로나19 전에는 고객이 500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620명으로 증가했다.
내년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편 우리나라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내국인 근로자처럼 최저임금을 적용 받을 예정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9860원·월급은 209시간 노동 기준 206만740원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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