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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반격? 中 재판서 잇따라 '승소'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3 12:57

수정 2023.11.23 12:57

- 당국이 앞장선 '테슬라 때리기'
- 판결은 반전..외투 강조하며 입장 바꾸는 당국
2021년 4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시위를 벌이는 중국인 여성
2021년 4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시위를 벌이는 중국인 여성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지난 2021년 중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차량 결함 주장은 결국 사실이 아니라는 중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당시 테슬라를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비판하며, 극단적 애국주의를 부추겼던 중국 당국까지 머쓱한 꼴이 됐다. 관영 매체도 테슬라에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당국이 앞장선 '테슬라 때리기'

23일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시안시 웨이양구 인민법원은 중국인 리모씨가 테슬라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오히려 “리씨는 테슬라에 공개 사과하고, 테슬라의 경제적 손실비 2000위안(약 36만원) 배상하며, 차량 감정비용 2만여위안(약 370만원) 부담해야 한다”며 테슬라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코로나19 초창기인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씨는 그 해 3월 테슬라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또 다른 테슬라 소유주 장모씨와 함께 상하이모터쇼 현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브레이크 고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이들은 모터쇼에 전시된 테슬라 차량 위에 올라가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소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테슬라 모델3차량의 브레이크 고장으로 온 가족이 사망할 뻔했는데도, 테슬라 측이 차량 환불과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테슬라 때리기’ 태도를 취했고, 여론도 반(反) 테슬라로 기울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번 사건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법에 따라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는 데 책임을 다할 것”이라면서 “기업은 철저하게 품질 안전과 관련한 책임을 져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창안왕도 논평을 통해 그동안 테슬라 고객들이 제기했던 차량 의혹 사건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신에너지 차량 시장의 최강자로서 고객에게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기는커녕 문제가 났는데도 제대로 된 해법을 내지 않고 계속해서 차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명백히 위험을 알면서도 큰일은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없던 일로 만드는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이 테슬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같은 해 2월 시장총국 등 5개 기관은 테슬라 관계자를 ‘웨탄’(예약 면담) 형식으로 불러 중국 법규 준수와 내부 관리 등을 지적하며 공개 질타했다.

또 테슬라 차량을 통한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면서 군대와 국영회사 임직원들에게 테슬라 차량 사용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한 ‘테슬라 옥죄기’라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는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보도를 내놨다. 네티즌들도 “조국이 무엇을 불매하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한다”면서 동참을 독려했다.

앞면에 ‘브레이크 고장’, 뒷면에는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쓰인 티셔츠까지 팔리기도 했다. 이 여파로 테슬라의 4월 중국 지역 판매량은 전월에 비해 27% 감소했다.

2022년 11월 광둥성 차오저우시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고 차량. 사진=중국 매체 캡처.
2022년 11월 광둥성 차오저우시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고 차량. 사진=중국 매체 캡처.

판결은 반전..외투 강조하는 당국

그러나 중국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면서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웨이양구 인민법원의 의뢰를 받은 감정 기관은 “브레이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등 고장이 없었다”며 “브레이크 페달 미작동으로 인한 제동 성능 저하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테슬라와 장씨의 명예훼손 1심 소송에서도 법원은 테슬라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2년 11월 광둥성 차오저우시에서 발생한 테슬라 질주 사고와 1인 미디어의 관련 보도를 놓고도 관할 법원 역시 “1인 미디어가 30일 동안 틱톡(중국명 더우인)에 테슬라에게 사과하는 성명을 내고 3만위안(약 545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관영 매체들은 “차량의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 비춰 테슬라에게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크게 부족하다”면서 “공정하고 건전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에 해를 끼치는 불법 행위에 대해 합리적인 제재를 가해야 업계 전체가 장기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태도를 전환했다.

앞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참석차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기업인들과 만찬을 갖고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테슬라에겐 “테슬라의 중국에서의 발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테슬라는 웨이보 공식 계정에 글을 올렸다.
중국 관련 부처 또한 외국 기업 차별 해소와 투자 유치 당근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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