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래바람이나 척박함이 아닌 'IBM'이 초창기 사업에 있어 최대 장애물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IBM은 △인샬라(Inshallah) △부크라(Bukhra) △말리시(Malish) 등 아랍어 단어 3개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인샬라는 '신의 뜻이라면', 부크라는 '내일', 말리시는 '걱정 마'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만만디(천천히)'를 경험한 A씨에게도 아랍의 '부크라'라는 답답함을 넘어 속이 터지는 신세계를 경험시켜줬다. 계약이 제대로 성사됐는지 묻는 질문에 연일 '인샬라'만 되뇌이는 바이어에 A씨는 가슴을 졸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전자·자동차·플랜트·건설·정보기술(IT) 등 많은 산업군이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중동을 점찍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추석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찾아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라고 강조하며 네옴시티를 비롯한 굵직한 중동지역 사업현안을 손수 챙겼다. 작년 회장 취임 직후 첫 방문지 역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으로 얼마나 중동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동지역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음에도 지역전문가 양성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아랍어는 문어체와 구어체가 서로 외국어만큼 다른 '양층언어'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내 아랍어 교육은 아직 실질적 소통을 위한 구어체 중심이 아닌 문어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걸프 방언, 샴 방언, 이집트 방언, 마그레브 방언 등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산학협력은 '뉴 노멀'인 반면 인문사회 계열에선 드물다. 신시장 개척과 연구 지원을 통해 어문계열과 기업의 해외영토 확장이 윈윈할 수 있도록 기업이 혜안을 발휘하길 바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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