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미래 먹거리' 중동의 시대를 준비하자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8 18:25

수정 2023.11.28 18:25

[기자수첩] '미래 먹거리' 중동의 시대를 준비하자
"중국보다 해외영업이 힘든 지역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중동 영업은 상상을 초월하네요." 중국지역 주재원을 마치고 중동지역으로 자리를 옮긴 지인 A씨는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중국 비관론자였던 그의 입에서 중동과 비교하면 '영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말이 나오니 매우 낯설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은 일부 유교·한자 문화를 공유해 '이해할 구석'이라도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앞에선 웃고 껴안고 '도원결의'를 맺었지만 정작 계약이 가까워지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중동 바이어들의 행동을 보면 절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떠오르며 현타가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중동의 모래바람이나 척박함이 아닌 'IBM'이 초창기 사업에 있어 최대 장애물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IBM은 △인샬라(Inshallah) △부크라(Bukhra) △말리시(Malish) 등 아랍어 단어 3개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인샬라는 '신의 뜻이라면', 부크라는 '내일', 말리시는 '걱정 마'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만만디(천천히)'를 경험한 A씨에게도 아랍의 '부크라'는 답답함을 넘어 속이 터지는 신세계를 경험시켜줬다. 계약이 제대로 성사됐는지 묻는 질문에 연일 '인샬라'만 되뇌는 바이어에 A씨는 가슴을 졸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전자·자동차·플랜트·건설·정보기술(IT) 등 많은 산업군이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중동을 점찍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추석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찾아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라고 강조하며 네옴시티를 비롯한 굵직한 중동지역 사업현안을 손수 챙겼다. 작년 회장 취임 직후 첫 방문지 역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으로, 얼마나 중동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동지역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음에도 지역전문가 양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아랍어는 문어체와 구어체가 서로 외국어만큼 다른 '양층언어'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내 아랍어 교육은 아직 실질적 소통을 위한 구어체 중심이 아닌 문어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걸프 방언, 샴 방언, 이집트 방언, 마그레브 방언 등에 대한 전문적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술분야에서 산학협력은 '뉴 노멀'인 반면 인문사회 계열에선 드물다.
신시장 개척과 연구 지원을 통해 어문계열과 기업의 해외영토 확장이 윈윈할 수 있도록 기업이 혜안을 발휘하길 바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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