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경필 J&KP 대표 "급증하는 마약사범...'마약청' 만들어 커브 꺾어야"[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2 15:59

수정 2023.12.12 15:59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남경필 J&KP 홀딩스 대표(왼쪽)가 파이낸셜뉴스 김성환 사회부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남경필 J&KP 홀딩스 대표(왼쪽)가 파이낸셜뉴스 김성환 사회부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마약으로 인해 가족간 신뢰가 붕괴되는 경험을 겪었다.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한때 5선 의원으로서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던 남경필 J&KP 대표(사진)가 마약치유운동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남 대표는 1998년 33세 젊은 나이에 금배지를 달며 5번 내리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4~2018년에는 제34대 경기도지사까지 지냈지만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017년 큰 아들 마약 투약 사건이 터지면서 그의 이미지에도 금이 갔다.

남씨의 장남은 지난 3월 23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투약했고, 남 대표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하지만 같은달 25일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다시 사회로 돌아왔다. 그 후 닷새 만인 30일 남씨는 또다시 필로폰을 투약했다. 이번에도 남 대표는 큰아들을 신고했다.

그날 이후 남 대표는 정계를 떠나 마약치유운동가와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라는 두가지 타이틀로 살아가고 있다. 8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빌딩에서 만난 남 대표는 "마약중독자를 단순 범죄로 치부하기보다 질병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조기에 '마약청' 같은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 = 김성환 사회부장

―아버지로서 장남 마약투약 사실을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당시 유력 정치인으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어떤 심정이었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신고를 했다. 처음 아들의 투약 사실을 들었을 때는 놀랍고 황당했다. 처음부터 바로 신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아들이 지키지 못하자 더 이상 나의 영역에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러면 '포기'하게 된다. 가족 자체적으로만 해결하고자 하는걸 포기했다는 말이다. 아들을 가족 구성원에서 내쫒는건 답이 아니다. 당연히 처벌도 받아야 하지만 의사와 전문가, 국가기관 등 사회 도움을 받게 해 약을 끊게 해야 한다. 가족의 마약 투약 사실이 드러나는건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선 아들을 마약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아들의 마약투약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나.

▲첫 마약투약 사실은 아이가 수사당국에 잡히고 나서야 알았다. 이후 집행유예기간이 끝나고 사회로 복귀하나 싶더니 언제부터인가 다시금 이상해졌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못하고 있었다. 아들의 카드 빚이 늘고 휴대폰 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그래서 다시 마약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투약자가 있으면 사실상 가족이 붕괴에 이른다고 한다. 가족으로서 어떤 경험을 했나.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다 힘들다. 가족들은 아들이 조금만 이상해보여도 마약 투약을 의심한다. 그러다 보면 아들도 반감이 커진다. 나중에 실제로 투약을 하더라도 그걸 실토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보니 가족간 불신이 생긴다. 불신이 생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경제적 타격도 컸다. 아들이 계속해서 빚을 지다 보니 그 빚을 갚은 것은 가족의 몫이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생긴다.

―마약 중독자들은 재범하는 사례가 많다. 정부 시스템이 효과가 부족해 보이는데 해법은 있을까.

▲미국을 보라. 미국은 마약처벌이나 방지 예산도 많이 쓰고, 언제나 마약 예방은 국가적 아젠다였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미국에서 마약이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미국이 총력을 기울이지만 마약 역시 이미 번질대로 번진 상황이라는 거다. 마약범죄 증가세가 너무 커진 상태에서 커브를 꺾으려고 하니 안꺾인다. 한국도 이제 상승추세가 가팔라지는데 이 단계에서 엄청나고 막대한 노력을 쏟아부어 꺾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노력을 집중적이고 효과적으로 쏟아부을 컨트롤타워, 즉 '마약청'이 꼭 필요하다.

―마약청을 만들면 현행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개선할 수 있나
▲한국의 마약 방지시스템은 마약사범을 감지 및 예방하거나 재범을 막기도 힘들다. 그래서 전문기관에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 마약은 예방→처벌→치료 3단계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육도 필요하다. 우선 교육을 보자. 어릴때부터 교육이 필요한데 이는 교육부가 해야 한다. 수사는 법무부, 경찰청 등이, 그리고 국가적 협력도 필요하니 외교부가 엮인다. 중독자를 치유할 수 있는 의사양성이나 재활센터 등은 보건복지부 소관인데, 이런 일들을 각 부처의 주무관이나 과장들이 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적으로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청한다. 그럼 속된말로 요청이 쉽게 먹히지 않는다. 이런 노력을 한곳에서 하는 마약청이 있다면 효과적으로 예산을 요청할 수 있다. 마약청이 만들어진다면 정부는 마약투약자를 범법자인 동시에 환자로 이해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J&KP홀딩스라는 법인을 꾸려 여러개 스타트업을 돕거나 스케일업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운영중인 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인가.

▲크게 3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모빌리티 분야, 두 번째는 인공지능(AI)와 로보틱스 같은 빅테크 분야, 세 번째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인사(HR)분야다. 이 세 분야와 관련해 회사 1~2개를 창업했고, 돕는 곳도 있다. 처음에 시작한 '빅케어'라는 스타트업은 올해 매각을 했고, 더 자기비전이 확실한 친구들과 올해 총 6개 회사를 만들었다. 나는 공동창업자로서 안에서 모든 일들 젊은 창업가가 하고 저는 끈을 이어주고 발전 가능성을 키우는 역할이다. 정치에서 연정을 하듯 스타트업도 연정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 일부를 마약 치유에 쓰기로 했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현재는 기금 운용방안 구상 단계다. 스타트업 동업자를 모집할 당시 나의 사업 동력은 마약치유운동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마약치유운동이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었다. 다행히 동업자들이 이에 따라줬다. 젊은 동업자들도 사업 수익의 일부를 마약치유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마약치유 운동가로 나서면서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기금도 모으고 치유운동에 뜻을 같이 할 사람을 모으고 있다. 유명 대기업 회장도 연락이 오셨고, 연예인 중에선 차인표씨도 뜻을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셨다. 미국에서 마약퇴치시설을 운영하는 곳에서도 연락이 외서 함께 하려고 한다. 일단 다가오는 주말부터 이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모여 활동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 생각하는 것은 내가 조직한 마약치유운동 단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체를 연결하고 조율하며 외부로부터 후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선 저,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차인표씨 이렇게 3사람이 기도모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마약 근절을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마약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한국에는 필로폰 투약자가 많지만 미국, 중국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도 한국에서 곳 널리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미국 2030대 사망률 1위가 펜타닐이라고 할 정도다.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마약청이 꼭 필요하고, 규모가 있고 예산도 끌어 올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통해서만 마약을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일반인들에겐 가족의 개념에서 생각하라. 친지들까지 넓은 의미의 가족으로 본다면 이제는 여러분의 가족 중 누군가 1명 이상은 마약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 숫자는 너무 빨리 늘어난다. 마약 투약이 남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자신, 또는 주변인이 마약을 하고 있으면 스스로, 혹은 가족 구성원 안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 병원이나 기관 등의 도움을 꼭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정리=김동규 기자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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