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급증하는 마약중독… '마약청' 만들어 하루빨리 근절해야" [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2 18:30

수정 2023.12.12 18:30

(3) 정치인 삶 뒤로하고 마약치유운동가·스타트업 CEO로 활동 중인 남경필 J&KP 대표
아들 마약투약 사실 알고 직접 경찰 신고.. 마약으로 가족 간 신뢰 붕괴 생지옥 경험
현행 시스템은 부처마다 정책·예산 따로.. 마약 예방·재범 막을 컨트롤타워 생기면 예방→처벌→치료 등 일관된 정책 가능
남경필 J&KP 대표(왼쪽)가 파이낸셜뉴스 김성환 사회부장과의 대담에서 자신이 마약치유운동가가 된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남경필 J&KP 대표(왼쪽)가 파이낸셜뉴스 김성환 사회부장과의 대담에서 자신이 마약치유운동가가 된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남경필 J&KP 대표가 아들의 마약투약 경험과 마약치유활동가로서 자신의 활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남 대표는 "각 소관부처 담당 공무원들이 각개격파 식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제각각 예산을 따내서는 마약을 근절하는 데 승산이 없다"면서 "예산을 효과적으로 끌어오고 예방→처벌→사후관리 등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약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남경필 J&KP 대표가 아들의 마약투약 경험과 마약치유활동가로서 자신의 활동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남 대표는 "각 소관부처 담당 공무원들이 각개격파 식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제각각 예산을 따내서는 마약을 근절하는 데 승산이 없다"면서 "예산을 효과적으로 끌어오고 예방→처벌→사후관리 등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약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급증하는 마약중독… '마약청' 만들어 하루빨리 근절해야" [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
"마약으로 인해 가족 간 신뢰가 붕괴되는 경험을 겪었다.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한때 5선 의원으로서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던 남경필 J&KP 대표가 마약치유운동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남 대표는 1998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금배지를 달며 다섯번 내리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4~2018년에는 제34대 경기도지사까지 지냈지만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017년 큰아들 마약투약 사건이 터지면서 그의 이미지에도 금이 갔다.

남씨의 장남은 지난 3월 23일 경기 용인 기흥구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투약했고, 남 대표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하지만 같은 달 25일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다시 사회로 돌아왔다. 그 후 닷새 만인 30일 남씨는 또다시 필로폰을 투약했다. 이번에도 남 대표는 큰아들을 신고했다.

그날 이후 남 대표는 정계를 떠나 마약치유운동가와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라는 두가지 타이틀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빌딩에서 만난 남 대표는 "마약중독자를 단순 범죄로 치부하기보다 질병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조기에 '마약청' 같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로서 장남 마약투약 사실을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당시 유력 정치인으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어떤 심정이었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신고를 했다. 처음 아들의 투약 사실을 들었을 때는 놀랍고 황당했다. 처음부터 바로 신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아들이 지키지 못하자 더 이상 나의 영역에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러면 '포기'하게 된다. 가족 자체적으로만 해결하고자 하는 걸 포기했다는 말이다. 아들을 가족 구성원에서 내쫓는 건 답이 아니다. 당연히 처벌도 받아야 하지만 의사와 전문가, 국가기관 등 사회의 도움을 받아 약을 끊게 해야 한다. 가족의 마약투약 사실이 드러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선 아들을 마약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아들의 마약투약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나.

▲첫 마약투약 사실은 아이가 수사당국에 잡히고 나서야 알았다. 이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사회로 복귀하나 싶더니 언제부터인가 다시금 이상해졌다. 정상적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었다. 아들의 카드빚이 늘고 휴대폰 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그래서 다시 마약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투약자가 있으면 사실상 가족이 붕괴에 이른다고 한다. 가족으로서 어떤 경험을 했나.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다 힘들다. 가족들은 아들이 조금만 이상해 보여도 마약투약을 의심한다. 그러다 보면 아들도 반감이 커진다. 나중에 실제로 투약을 하더라도 그걸 실토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보니 가족 간 불신이 생긴다. 불신이 생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경제적 타격도 컸다. 아들이 계속해서 빚을 지다 보니 그 빚을 갚는 것은 가족의 몫이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생긴다.

―마약중독자들은 재범하는 사례가 많다. 정부 시스템이 효과가 부족해 보이는데 해법은 있을까.

▲미국을 보라. 미국은 마약범죄 처벌이나 방지 예산도 많이 쓰고, 언제나 마약 예방은 국가적 어젠다였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미국에서 마약이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미국이 총력을 기울이지만 마약 역시 이미 번질 대로 번진 상황이라는 거다. 마약범죄 증가세가 너무 커진 상태에서 커브를 꺾으려고 하니 안 꺾인다. 한국도 이제 상승 추세가 가팔라지는데 이 단계에서 엄청나고 막대한 노력을 쏟아부어 꺾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노력을 집중적이고 효과적으로 쏟아부을 컨트롤타워, 즉 '마약청'이 꼭 필요하다.

―마약청을 만들면 현행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개선할 수 있나

▲한국의 마약 방지시스템은 마약사범을 감지 및 예방하거나 재범을 막기도 힘들다. 그래서 전문기관에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 마약은 예방→처벌→치료 3단계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육도 필요하다. 우선 교육을 보자. 어릴 때부터 교육이 필요한데 이는 교육부가 해야 한다. 수사는 법무부, 경찰청 등이 그리고 국가적 협력도 필요하니 외교부가 엮인다. 중독자를 치유할 수 있는 의사 양성이나 재활센터 등은 보건복지부 소관인데 이런 일들을 각 부처의 주무관이나 과장들이 하고 있다. 이들이 개별적으로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청한다. 그럼 속된 말로 요청이 쉽게 먹히지 않는다. 이런 노력을 한곳에서 하는 마약청이 있다면 효과적으로 예산을 요청할 수 있다. 마약청이 만들어진다면 정부는 마약투약자를 범법자인 동시에 환자로 이해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J&KP홀딩스라는 법인을 꾸려 여러 개 스타트업을 돕거나 스케일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운영 중인 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인가.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모빌리티 분야, 두 번째는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같은 빅테크 분야, 세 번째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인사(HR) 분야다. 이 세 분야와 관련해 회사 1~2개를 창업했고, 돕는 곳도 있다. 처음에 시작한 '빅케어'라는 스타트업은 올해 매각을 했고, 더 자기비전이 확실한 친구들과 올해 총 6개 회사를 만들었다. 나는 공동창업자로서 안에서 모든 일들은 젊은 창업가가 하고 저는 끈을 이어주고 발전 가능성을 키우는 역할이다. 정치에서 연정을 하듯 스타트업도 연정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 일부를 마약중독 치유에 쓰기로 했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현재는 기금 운용방안 구상 단계다. 스타트업 동업자를 모집할 당시 나의 사업동력은 마약치유운동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마약치유운동이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행히 동업자들이 이에 따라줬다. 젊은 동업자들도 사업수익의 일부를 마약치유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마약치유 운동가로 나서면서 뜻을 같이할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기금도 모으고 치유운동에 뜻을 같이할 사람을 모으고 있다. 유명 대기업 회장도 연락이 오셨고, 연예인 중에선 차인표씨도 뜻을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셨다. 미국에서 마약퇴치시설을 운영하는 곳에서도 연락이 와서 함께하려고 한다. 일단 다가오는 주말부터 이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모여 활동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 생각하는 것은 내가 조직한 마약치유운동 단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체를 연결하고 조율하며 외부로부터 후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선 저,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차인표씨 이렇게 세 사람이 기도모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마약 근절을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마약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한국에는 필로폰 투약자가 많지만 미국, 중국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도 한국에서 곧 널리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미국 2030 사망률 1위가 펜타닐이라고 할 정도다.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마약청이 꼭 필요하고, 규모가 있고 예산도 끌어올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통해서만 마약을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일반인에겐 가족의 개념에서 생각하라. 친지들까지 넓은 의미의 가족으로 본다면 이제는 여러분의 가족 중 누군가 1명 이상은 마약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 숫자는 너무 빨리 늘어난다. 마약투약이 남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자신 또는 주변인이 마약을 하고 있으면 스스로 혹은 가족 구성원 안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 병원이나 기관 등의 도움을 꼭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대담 = 김성환 사회부장, 정리=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남경필 J&KP 대표 약력 △1965년생 △경기 수원 △경복고 △연세대 사회사업학과 △예일대 경영학 석사 △경인일보 기자 △제15·16·17·18·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공동대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제34대 경기도지사 △J&KP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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